매일신문

시베코리아

중학교 시절, 은사님중 시베리아 라는 별명이 붙었던 훈육 선생님이 계셨다.교 복의 옷매무새서부터 복도에서는 반드시 뒷꿈치를 들고 소리안나게 걸어야 하 는 걸음걸이 규칙에 이르기까지 일거수 일투족 얼마나 매섭고 차갑게 감시하고 검열을 하셨던지 시베리아 란 별명을 얻으신 거다.

요즘말로 치자면 기율 사정(司正) 과 문제 학생 척결 로 일년내내 학교안에 시베리아 북풍을 불게한 어른이셨다.

학생들에겐 원성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시베리아 선생님 은 다행히도 당신 자 신과 주변은 항상 엄격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는데다 기율 사정 척결에는 누가봐 도 무사공정(無事公正)해 , 자칫 다수학생의 자유분방한 면학분위기까지 얼어붙 게 하는 시베리아 바람의 부작용을 덮을수 있었다.

최근 문민정부가 또다시 대대적인 사정과 척결을 벌인다고 나서는걸 보면서 문 득 지난 학창시절 시베리아 은사님 생각이 떠올라 서두에 몇줄 적어 본 것이 다.

솔직히 현 문민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사정으로 일을 시작한 정부다. 임기내내 5 . 6공 청산과 정치사정, 부패척결로 세월을 다보내려는것 처럼 지난 4년 내내 나라 전체를 쉴틈없이 시베리아 바람속에 몰아 넣어 왔다.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는한 사정의 바람은 잠재울수 없지 않느냐는 논리적인 당위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현 문민정부의 사정은 그러한 논리적인 공감에도 불구하고 그방법과 지 금까지 보여준 효과는 아무래도 가슴에 깊게 와 닿질 않는다. 한마디로 현 문 민정부의 입에서 나오는 사정 은 지겹고 식상한 느낌부터 먼저 든다. 당장 그 동안의 척결 결과 아직 감옥에 남아 있는 부정부패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세어 만 봐도 지난 4년 남짓 동안 벌려온 사정의 속뜻이 무엇이었나를 짚어 볼 수 있다.

국민의 양심 정화와 국가의 기강쇄신에 얼마나 기여한 사정이었느냐를 평가해 본다면 더더욱 공감대는 저 멀리 있다.

일부 공직자등의 부패가 문민정부이후 더 은밀하고 깊이 썩어가고 있다는건 이 미 소문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전직 대통령을 잡아넣을 만큼 온나라를 시베 리아 땅처럼 얼어붙게 해도 왜들 YS의 칼을 무서워 하지 않고 더 부패하고 있 는가.

해답은 두가지중 하나. YS정권을 우습게 알고 있거나 잡았다가도 풀어주는 소 도둑이 수두록한데 이까짓 바늘 도둑이 도둑이냐는 불신과 양심마비가 번졌기 때문이다. 임기말 정권의 권위와 위세를 지키고 싶다면 지금까지 율곡비리까지 도 사면해 주는 정치우위의 사정처리 로 불신과 면역이 생겨버린 녹슨 칼을 휘두르기 전에 신뢰와 따뜻한 통치 이미지로 민심과 안정된 나라 분위기부터 추스려야 한다.

나라 전체가 시베리아 처럼 얼어붙는데 마음이고 경제고 부드럽게 녹아 풀릴 구석이 있을리 없다. 사정 말이 나오니까 당장 증권시장부터 위축돼 주가가 폭 락하지 않았나.

더우기 사정대상이 대다수는 깨끗하다고 믿어지는 공직자 집단과 국민이 뽑아 놓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인사,그리고 나름대로 향토발전을 위해 기업여건 이 열악한 지방에서 크고 작은 기업을 가꿔온 토착 기업인, 심지어 체육계등에 이르기까지 무제한적으로 지목되면 민심만 뜨게 된다.

지역인사들이라고 해서 다 깨끗하다거나 정작 큰 도둑은 중앙쪽에 있지않느냐 는 푸념섞인 강변으로 사정은 너희들이나 하라 는 말이 아니다.

어느 누구든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부패의 크기가 크든 작든 깨끗한 사회와 국 가를 만들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있을수 없다.다만 제대로된 사정을 하겠다면 꾸준하게 말없이, 그리고 시베리아 선생님 처럼 먼저 자기자신 주변부터 엄정 하고 신뢰받을수 있는 사정의 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대통령 주변 및 측근 인사들의 각종 인사개입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사정이 우선 돼야 한다 는 야당의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하는 것이다.사람이란 본디 따뜻하고 배부르면 부정도 덜하지만 춥고 배고프면 비리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다.경제 실정(失政)으로 배고픈 마당에 나라분위기까지 왜 자 꾸 추운 시베리아로 만들고 있나.

끝없는 사정만 하다보면 한국이 시베코리아 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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