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김한기

"실뱀과 구렁이"

필자가 십수년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뒤쪽은 산이고 앞으로는 푸른 바다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장소로 기억된다.

몇동의 건물이 있었는데, 여름철만 되면 바로 뒤가 산과 인접한 연구실에는 유난히 많은 각종 곤충, 해충들이 찾아들곤 했다. 심지어는 지네가 찾아오는 때도 있었기 때문에 퇴근때 구두로 갈아신을 때에는 혹시나 싶어서 툭툭 털어 확인을 하곤 하였다. 어느 하루의 이야기이다. A교수님 연구실에 길이가 약 20㎝정도 되는 파란 실뱀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뱀의 출현은 재미난 화젯거리가 되어 이분 저분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B는 C에게, C는 D에게…. 그런 식으로 전파되는 동안해는 저물어 퇴근때가 되었다. Z는 A에게 이야기했다. 연구실에 집채만큼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났다면서요? 우리의 생활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참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또 이것으로인한 오해가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본의 아니게 아프게, 또는 심히 다치게 할 때가 많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을 왜곡되게 할 때가 적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의 말의 성격, 억양, 묘한 뉘앙스의 원본 그대로를 녹음기가 하는 역할 1백%% 그대로 타인에게 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전하는 자의 취향에 따라 이런 저런 모양으로 변해가기 시작하고 그 말의 여행이 상당히 지속된 후에는 그야말로 원본과는 거리가 다른 곳에 가 있어서 어떤 때는 우스꽝스럽고, 낯설고, 심지어원본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허전함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눈에 띄는 남의 말 좋게하자 내 탓이요 라는 표어는 실뱀이 구렁이로 변하지 않도록 우리들의 의식을 지켜주는 멋진 효과의 백신으로 생각된다.

김 한 기

〈대구시향 악장.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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