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젊은 문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한 해체주의나 죽음 이미지의확산등 감각적인 세기말적 증후군이 올해는 더욱 심화돼 전면에 부각된 점이 국내문학계 흐름의한 특징으로 손꼽힌다.
'문학의 해' 발목을 질기게 잡고 있는 외설시비와 사법조치의 망령 또한 이같은 현상과 다름아닌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정일씨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몇편의 번역소설이 외설성으로출판사들이 등록을 취소당하고 사법처리까지 처해지는등 해묵은 외설논쟁에 불이 붙기도 했다.다른 한편으로 시의 정신주의와 해체주의가 새롭게 논쟁거리로 등장, 세기말의 상황을 뒷받침한다. 또 사회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등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문학의 탈정치성, 탈냉전이데올로기성향이 가속화되면서 문학활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각 문예지마다 전통의 미명하에 타성적으로 이뤄져온 편집,제작형태에서 탈피, 독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새로운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문학계의 이같은 진통과 변신의 몸부림 이면에는 90년대후반 몰가치와 혼돈의 시점에서 문학이라는 연금술을 통해 시대를 극복해나가려는 땀흘림의 한 증세가 아닐까. 이는 새로운 전환기의 질서와 가치관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움직임은 문학으로 하여금 복잡함과 다양성을 더욱 부채질하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비평의 파격'이나 '가족제도의 해체와 파괴','죽음이미지 확산','소설아버지','여성소설의 급부상','PC통신문학의 확산','생태문학의 보편화'등 실로 다양한 기류가 문학계를 감싸며 더욱 부피가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외적으로 '문학의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한 '문학의 해'행사는90년대후반의 문학에서 21세기문학으로 이어지는 좌표나 정체성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심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부에서는 문학의 해에 오히려땅에 떨어진 문학의 자존과 작가의 존엄만을 우리는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학계 내부에서는 한국문학,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다소 공허하지만 한결같은 목소리가 크게 반향돼 나와 문학에의 정신과 각오를 다시 추스르게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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