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나는 새도 쉬어 넘곤 했다는 고갯마루. 문경새재(조령)로 향하는 길은 문경시 점촌동(옛점촌시내)에서 접어드는 것이 마땅하다.
문경읍을 향해 3번 국도를 20여분 가량 내달으면 경북팔경의 으뜸이라 칭하는 진남교반. 조선조의 명재상 유성룡이 뭇 묵객들과 시를 읊기도 했다는 봉생정(정자)과 잘 어우러진 주변 산세는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하지만 한편 푸른 영강을 따라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사열대의 장병들처럼죽 늘어서 험준한 문경땅의 시작을 알린다.
문경읍 상초리. '문경새재 도립공원' 팻말을 지나면 곧 영남 제1관문인 주흘관(主屹關)에 이른다.조선초부터 경상도에서 한양을 오르내렸던 영남대로의 첫 관문 주흘관은 조선 숙종때 축조된 팔작지붕의 건물로 세 관문중 가장 옛 모습을 잘 간직한 곳. 성문 뒤에 위치한 18기의 조선후기 관찰사및 현감들의 선정비 옆엔 경북 개도 1백주년을 기념한 타임캡슐이 내년쯤 묻힐 예정이다.제2관문인 조곡관(鳥谷關)으로 향하는 곳곳엔 폭 1m 남짓한 3개의 옛 오솔길이 그대로 보존돼있어 저문 밤, 산짐승과 산적을 피해 한잔 술로 여독을 달래던 주막터와 더불어 사방에 삐죽이 솟은 산봉우리와 울창한 숲 사이로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길을 재촉했던 나그네들의 거친 숨소리를고스란히 들려주는 듯하다.
주흘관과 조곡관의 중간지점에 있는 교구정(交龜亭)터는 당시 경상 감사가 교체될 때 업무와 관인을 인수인계하던 곳으로 현재 복원계획을 추진중이란 소식.
조곡관에서 3.5km거리. 눈덮인 영남 제3관문 조령관(鳥嶺關)이 나타난다. 새재 정상에 자리한 이관문은 지난 76년 복원됐다. 관문 옆엔 이 곳을 지키던 군사들의 군막터 표지만 남아 함성소리간데없이 골바람만 유난스럽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께 방맹이로 다 나간다. 홍두께 방맹이 팔자 놓아 큰 애기 손질에 놀아난다. 문경새재 넘어갈 제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
성문을 통과하면 괴산군. 새재 오십리길에 우거졌다던 민요속의 박달나무는 옛 말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멀리 충청도 땅에서 잔설을 밟으며 재를 넘어오는 등산객들의 면면이 웬지 정겹기만 하다.
새재를 돌아나오는 초입은 진안리. 민요(民窯)의 고장 문경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이다. 천한봉씨의 문경요, 김정옥씨의 영남요, 김억주씨의 황담요등은 관음리에 위치한 김성기씨의 뇌암요, 김영식씨의 조선요, 황병주씨의 일맥요등과 함께 문경의 9개 도요지로 옛적 집집마다 생활용품으로사용됐던 '민중의 그릇' 문경 사기(沙器)를 재현해내는 산실로 각광받고 있다.그릇에 어린 불과 물과 흙 그리고 바람이 폐광촌의 지친 한숨을 달래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일까.최근 문경사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자 문경시는 이들 도요지를 지난달 20일 문경읍하리에 개장한 칼슘 중탄산천인 문경온천, 문경새재와 연계한 관광코스로 본격 개발할 방침이라전한다.
낙조아래 되돌아보게 되는, 한때 석탄산업으로 부와 영화를 누렸으나 척박하기 그지없는 문경땅은 이제 가을걷이를 끝내고 겨울채비를 갖추기 시작한 초겨울 금빛 들녘만큼이나 새로운 변모를맞고 있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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