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첩을 통해 다시 되새겨보는 옛날의 향수. 팔공산 동쪽 자락에 자리잡은 거조암은 학창시절 국사교과서에서 배웠던 상식을 추억의 사진첩처럼 다시 더듬어 볼 수 있는 감칠맛나는 사찰이다.
대구도심을 벗어나 갓바위를 가기전 능성동 예비군훈련장으로 빠져 좁은 산간도로를 지나다 보면만나는 경산와촌. 다시 산길을 내려 10여분간 달리다 세갈래길에서 신령쪽을 향해 뻗은 도로를택해 하마 표지판이 나타날까 조마조마하기를 20여분. 위험한 철길건널목을 수차례나 건너 산따라 물따라 동화같은 산간마을을 지나면 팔공산자락에 희뿌연 안개를 머금은 산사가 나타난다. 행정구역상 경북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산에는 잎을 벗은 마른가지들이 즐비하고 엉성한 잔설이 곳곳에서 겨울의 짙은 내음을 발한다.그러나 계절에 아랑곳없이 소나무만은 아직도 푸른 옷을 걸친채 장엄한 위용을 자랑한다.절입구에 늙은 개 노랑이가 낯선 사람을 보고 한번 울부짖으니 메아리가 되어 산골짜기에 몇번이고 에밀레종 처럼 울려퍼진다.
절 한가운데 보이는 국보14호 영산전. 중건불사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5백26분의 나한상이 모셔져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암자에서 보조국사 지눌은 타락하고 있는 선풍(禪風)을 진작하고 참된 수행의 길을 모색하고자 불교사에 길이 빛날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을 발표한다. 당시 고려의 건국이념이자 국가통치의 정신적 기둥인 불교가 선종과 교종으로 분열을 거듭하는 가운데 민생의 파탄이 극에 달하자 지눌은 선종과 교종이 하나임을 외치며 오늘날의 시국선언같은 정혜결사를 결행했다.지난 94년8월 보수작업중 오백나한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놓은 '오백성중청문'이란 조선조 불교책자가 발견돼 '나한사상'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柳承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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