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넘겨진 7편의 응모작을 읽으면서 몇가지 느낌을 갖는다. 비평의 대상이 대체로 90년대 작가혹은 근년의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론지망자들이 문학사적 연구로부터 당대의 문학에 대한 현장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많은 독서 특히 번역된 이론서들을 폭넓게 독파하면서 얻어진 논리를 우리 작가와 작품에 적용하는 현상인데, 그것은시야를 넓히고 문학적 보편성을 찾으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그 이론들을 설익혀 글을 난삽하거나 공소하게 만드는 부정적 모습도 적지않아 보였다. 여러 작품을 대조 비교하는 평론들도 많았는데, 비교는 있지만 거기서 발견되는 유사성 혹은 변별성의 의미를 추적해내는 비교의 목적이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평면적 분석으로 끝나는 경우가 잦았다.
'허구의 심연에서 길어올린 금빛 잉어'(정경미)는 오정희씨의 단편 '옛 우물'을 심층분석해 텅빈존재의 언어화를 통해 그 허무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적출하고 있는데, 그 시각의 깊이와분석의 차분함이 높이 평가되었지만 인용과 적용의 현학성이 못마땅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문학이 서 있는 자리'(박승희)는 민족문학적 관점에서 방현석씨의 '십년간'과 신경숙씨의 '외딴방'을 검색하면서 변화하는 현실속에서 변하지 않는 민중성의 발굴에 노력하고 있는데 그 진지한노력에도 신경숙 소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혹은 이 시대의 민족문학이란 어떤 모습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좀더 강한 설득력을 가져야 할 것이어서 역시 뒤로 밀쳐놓았다.당선작으로 결정한 황현씨의 '해학과 풍자, 그 전통의 계승'은 앞의 두 응모작이 지닌 상반된 성격의 약점을 피하면서 유하씨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와 봉산탈춤을 효과적이며 의미있게 대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인 민속연예와 현대적인도시시에서 똑같이 해학과 풍자를 발견함으로써 우리의 연면한 부정적 정신을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이고, 그러면서 탈춤의 해학이 서민들의 욕구불만에서 미어져나온 것임에 반해 유학의그것은 세계와 자아간의 대립과 불화의 표출이라는 차이를 적절하게 짚어냄으로써 이 비교의 의미를 걸러내고 있다. 황현씨의 글은 읽기에 편한 문체를 가지면서도 핵심을 분명하게 조직하고있고 자신의 지적 정보를 과정없이 능숙하게 이용하고 있어 더 호감이 갔다. 당선자에게 축하를보내며 정진을 기대한다.
金炳翼〈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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