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外壓의 정점'규명이 초점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착수된지 9일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시작했다. 제일·조흥은행장 2명이 한보에 2천수백억원의 특혜대출을 해준 대가로 수억원의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고 소환된 이들 두 은행장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져 오늘중 사법처리될 것이 확실시 된다. 함께 소환된 이형구 전(前)산업은행장은 수뢰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일단 귀가시킨뒤 추후 다시 불러 한보에 12억달러의 외환대출에 따른 외압여부를 집중 추궁한다는게 검찰수사의 방향이다.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의 핵심은 이들 은행장들의 대출부정에 있는게 아니라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대출을 해주지 않을수 없도록한 그 배후와 압력에 있음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따라서 두 은행장의 사법처리를 계기로 검찰수사는 그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할수 있다. 왜냐하면은행의 업무구조상 대출액수가 1백억원이상이면 은행장도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일단 관련부처에 보고하도록 한 사안이란점을 감안해도 수천억원의 대출건에 은행장이 커미션 3~4억원에 눈이멀어 독자적으로 이를 결정할만큼 어리석지는 않다는 점이 그 첫째 이유다. 두번째는 재경원의고위책임자도 이같은 은행장의 보고를 받고 독자적으로 이를 결정할 만큼 우리의 은행대출구조가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은행대출을 가능하게 할수 있는 건 결국 국가정책적 판단을 요구하는 중대한 문제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따질때 이번 한보대출사건은 은행장이나 재경원등 정부부처관계자들만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두조직의 위쪽에 있는 '어떤 실체'의 승낙이 없는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게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지금부터 밝혀내야할 부분은 은행장과 한보 정태수씨의 진술을 토대로 은행장위에 있는 정부 관련부처관계자와 정치권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자물통입'으로 통하던 정태수씨가 구속 4일째부터 로비사실을 진술하기 시작, 수백만원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건네준 여야정치인 관계(官界)인사등을 50여명이나 거명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배후수사가 의외로 쉽게풀릴 것도 같다.

이판국에 검찰이 냉철하게 파헤쳐야 할건 무엇보다도 은행장들의 배후다. 웬만한 중진 정치인도정·관계를 한손에 틀어쥐고 5조원의 대출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게 지금 국민들이 잔뜩 품고있는 의혹이다. 다시말해 '배후의 최정점'이 누구냐가 이 사건수사의 핵심임을 검찰은 직시해야한다. 그렇잖아도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중수부장이 PK출신이라는 사실때문에 이번 수사의 결말이 과연 기대치에 미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음도 검찰은 유념해야 한다. 정권은 유한(有限)하지만 검찰은 무한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수사진은 다시한번 명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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