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국제무대에서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졌다.
60년대 '한강의 기적'에서 시작, '아시아의 용'으로까지 칭송받던 한국경제가 60억달러상당의 무담보대출사건에서 불거진 한보사태를 계기로 이제 더이상 경제 '모범생'이 아니라고 외국언론들이 입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경제는 추락하는가, '제2의 멕시코'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마치 한국경제의 치부라도 본것처럼 외신 텔레타이프는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한보철강의 부도는 한국의 허약한 금융기관과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깊은 관심을 표명한데 이어 4일에는 "한국은 지금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에 빠져있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서슴지않고있다. 한국정부가 그동안 금융기관 규제철폐, 시장개방, 재벌기업의 경영권 분산등 일련의 경쟁력강화 조치를 실시했으나 외형적인 선전효과뿐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뉴욕타임스는 한국경제 불안을 야기시키는 원인을 87년이후 임금이 4배로 인상된 것과 은행의 악성부채, 눈덩이 무역적자등 섣불리 개선될수 없는 경제 구조적인 것들이라고 지적, 우리의앞날을 더욱 어둡게 진단하고있다.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 저널도 4일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은행의 대출결정이 은행경영진이아니라 관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혹평하고 "한국정부는 앞으로 은행에 대해 더욱 거칠게 다룰것"이라고 언급, 국제여론에 불을 붙였다. 파리 르몽드지는 5일 "한국은행은 국가주요 사업에특혜성 자금을 대주고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아와 정경유착의 고리역할을 했다"며 "이같은 은행보호정책은 경제발전의 동인을 주기도 했지만 은행을 경화증에 걸리게도 했다"며 분석했다.이같은 분위기가 고조되자 선진 각국에서는 갑자기 한국경제의 신용도가 추락, 가뜩이나 어려운한국경제를 설상가상으로 더욱 어렵게 만들고있다.
4일 한국계은행 일본지점들은 콜자금을 평소 0.50~0.55%%보다 높은 0.55-0.60%%의 금리수준에서 조달할수 밖에 없었다. 홍콩에서도 단기금융기관들은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최고0.2%%까지 금리를 높이는등 한보파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있다.
유럽자금시장은 더욱 경색됐다. 단기자금의 경우 한국계은행들은 평소 런던은행간 금리(리보)인연5.5~5.6%%에서 1.8%%포인트 정도의 가산금리가 붙는 선에서 결정됐으나 최근에는 연7.7%%선까지 올라가고 있다.
금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일본단자사가 한국계은행에아예 자금공여를 거절하는 바람에 일부은행이 자금을 막지못해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특히일본은행은 한국당무자를 불러 대책을 논의하고 향후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국 중앙은행과 룩셈부르크 통화감독청은 4일 현지은행은 주로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감독하던 선례를 무시하고 한국계은행을 직접 특별감시키로 한것은 충격적이었다.
세계11위의 GNP대국이며 세계12위의 무역대국인 한국, 이를 담보로 이미 선진국의 트레이드 마크인 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다보니 선진국들로부터는 끊임없는 압력과 견제를 받아왔고 후발개도국으로부터는 질시의 대상이 돼온게 사실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추락이냐, 재도약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처해 있다. 그 방향의 열쇠를 한보사태가쥐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외국의 여론은 이번 한보사태를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숙지거나 증폭될 것이다. 전화위복의 묘수가 실로 아쉬운 시점이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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