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대학도시 아이오와. 이곳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문화를가꾸어 나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이 지역 대학촌을 다니다보면 'ΔΣΦ'(델타 시그마 파이) 'ΣΦΕ' (시그마 파이 엡실론) 'ΥΦΒ'(감마 파이 베타) 등 기호같은 문패를 단 작은 아파트 건물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이 건물들은미국의 엘리트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입하고자 꿈꾸는, 그리스어에서 이름을 딴 클럽 기숙사들이다.
'형제애' '자매애'로 통칭되는 이 클럽들은 고대 그리스시대에 젊은이들의 선후배나 친구 사이에형제관계를 맺고 서로 협력하는 정신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친형제처럼 같은 클럽회원들끼리 정신적·육체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하는 의무가 있어 단지 취미나 봉사활동 등을 위해 모이는 한국의 서클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오와대학의 델타 파이 회원이 로스앤젤레스의 유씨엘에이(UCLA)대학으로 가는경우 그곳의 델타 파이 회원들이 친형제처럼 돌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Α(알파) Δ(델타) Κ(카파) 등 그리스어 두세 단어를 조합해 이름을 짓는 이 클럽들의 숫자는 무궁무진하다. 대학 졸업후 사업이나 정치적 출세를 위한 인맥 형성에 큰 힘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성공을 바라는 젊은이들의 선호가 대단한 것이다. 물론 클럽에 든다고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없지만 클럽 선배들이 대부분 정치가나 기업경영인, 교육자 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집을 떠나 객지생활을 해야하는 학생들은 클럽회원들끼리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덜수 있고 협동단결심과 리더십을 기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회원들은 클럽활동에서부터 학업, 스포츠, 사교 등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기숙사는 학교에 속한 것이 아니라이미 1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동안 클럽 선배들이 생활해온 유산이다.
근래들어 남녀 공동 클럽도 생기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남녀 대학생간에 클럽이 다른 것이 특징. 새학기가 시작될때쯤이면 새로 클럽회원이 되려는 1, 2학년생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역사가 오랜된 클럽일수록 지원자가 몰린다.
클럽 선배들은 겨울에 1주일동안 코트 안 입기, 술을 병째 쉬지 않고 마시기 등 약간 엉뚱한 시험을 거쳐 신입생을 선발한다. 치열한 경쟁덕에 희망자들끼리 감시를 하기 때문에 시험 감독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이러한 클럽의 기원은 17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 겨울 버지니아의 윌리엄스버그에서 처음으로 대학 남학생 클럽인 파이 베타 카파가 탄생한 것.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 다니던 남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그날그날 주제를 정해 자유토론을 벌이며 심오한 학습 탐구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남북전쟁 1,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각 대학 캠퍼스에서 급속도로 증가해왔다.영화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의 세인트 엘모스는 1백년전부터 그리스어 클럽의 지부를 칭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예일대학의 클럽 '오미크론'에서 클럽 기숙사 이름을 지으면서 항해자의 보호신인세인트 엘모스의 이름을 본떠 널리 알려진 애칭이다.
그러나 이 클럽들은 미국 주류사회의 정상에 오르기를 기대하지 않는 소수민족이나 외국 유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클럽활동비로 매학기당 일반 학생들보다 6백~7백달러정도를 더 많이 써야하는 등 소비적인 면은 '미국판 오렌지족'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아이오와대학생 콜린 엑(영문과)은 "클럽회원들끼리 같은 옷을 입고 놀러다니는 모습이 시골출신인 내 체질에 맞지 않아 클럽에 드는 대신 외국유학생들에게 영어 교습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이 대학에서 화학공학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마 머니얼(아랍 이민 2세)은 "이런 클럽들이 소수민족 등 비회원들에게 배타적일뿐만 아니라 이기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처럼 대학에서 장래의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적 성공을 위해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워나가는 젊은이들이 많기에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설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아이오와·安昭映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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