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안한 민생치안 엎드린 경찰(下)..

수사형사는 경찰내 대표적 3D직종이다. 대구시내 각 경찰서의 형사계 정원은 50명. 내근자를 제외하면 5개반으로 구성된 형사반마다 7~8명의 형사가 배치된다. 반면 서울은 경찰서당 형사계 정원이 1백명이고 부산은 70명선. 경찰청이 지난 85년 지역별 치안수요(범죄 발생률 등)를 감안, 정원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백서에 따르면 대구가 부산보다 오히려 범죄발생률이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인구10만명당 범죄발생건수가 서울 3천2백27건, 대구 3천1백14건,부산 2천8백59건 순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은 '지역 차별'이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이러한 수사인력 부족현상은 강력사건 발생때마다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작용한다.지난해 11월 수성구 만촌동 여고생 납치살해사건때 수성서는 5개 형사반중 4개반을 투입하고도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더욱이 절도,날치기 등 다른 사건 처리는 엄두도 못냈다. 한달 사이 8건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동부서도 일할 사람이 부족해 결국 지방청과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인력을 지원받아 수사를 펴고있다.

형사들의 어려움은 이것 뿐이 아니다. 올해들어 법원은 엄격한 물적 증거를 요구하고있다. 반면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돼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이처럼 수사환경이 급변했는데도 경찰 수뇌부는사건만 생기면 형사들만 닦달한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청의 모 간부는 이와 관련 "경찰청의 경무관급 이상 고위 간부중 수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느냐"며 경찰 수뇌부의 수사경찰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했다. 동구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수사인력이 대거 투입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 수사방향을 지휘할수 있는 유능한 '수사통' 중간간부가 없다. 때문에 대구경찰 '수사통'의 맥이 끊겼다는 자탄도 나온다.

대구시내 모 경찰서 형사과장의 말. "경찰대학이나 간부후보 출신 젊은 간부들은 형사분야에 오래 근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근무평정에 필요한 최소기간인 3년만 채우고 나면 다른 곳으로 옮길궁리만 합니다. 초.중급 간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신출내기 순경마저 형사계 근무를 권유하면 눈을 흘길 정도입니다. 밥먹듯 하는 야근, 쥐꼬리 봉급과 수사비, 상대적으로 더딘 진급 등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누가 형사를 지원하겠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형사, 교통사고 조사 등 경찰내 3D직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경찰관계자는 강조한다. 또 형사 선발과 교육, 처우 등에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 경찰은 누구든지 4주간의 형사 실무교육만 받으면 30년 형사생활을 할수 있다. 마약사건을 취급하다 조직폭력배 사건도 맡는다. 때로는 컴퓨터 해커사건도 처리한다. 수사가 제대로 될리 없다. 그런데도 재교육은 아예 없다. 일본의 경우 형사는 전부 경사급 이상의 전문 수사관들.선발도 각 분야에서 유능한 사람을 골라 형사로 임용하고 있다.

형사당직제도도 개선대상이다. 대구시내 경찰서는 반별로 돌아가며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 때문에야간 사건발생때 당직근무 형사반이 맡은 구역이 아니면 사건접수만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초동수사는 헛말인 셈이다. 그러나 일본경찰은 강력반 도범반 폭력반 지능반 등 각 형사반별로 직원을 1명씩 차출해 당직근무를 하도록 하고있다. 당직 근무자가 초동조치한 업무를 다음날 해당 형사반에 업무를 인계할 수 있어 형사활동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수사형사들의 어깨가 처져있는 한 민생치안 확보는 구두선이 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 경찰 수뇌부는 알고 있을까요" 대구경찰, 아니 전국의 지방경찰이 앓고있는 병은 의외로 깊다.〈李宰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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