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구씨름단 항명파동

"단 한명이 남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97프로씨름 첫대회인 구리대회를 일주일 남겨둔 지난달 28일 '훈련거부 및 항명'을 이유로 김형찬(백두), 손성호(백두), 김선창(한라), 조홍주(한라)등 4명을 전격 임의탈퇴선수로 공시한 서영훈 청구씨름단장의 각오다.

청구는 이번 조치로 구리대회 단체전 출전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백두급은 이태현, 이희건, 백승일, 박태석, 조정민이 남아 있지만 한라급은 선발 4명조차 채울수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청구가 임의탈퇴선수 공시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 것은 씨름단의 조직기강 파탄, 무질서 등이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표면적으로 이번 징계는 훈련거부와 항명의 결과지만 실제로는 창단이후 계속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혁신' 차원에서 취해졌다.

청구는 92년 창단이후 백승일, 이태현, 김선창 등의 연이은 '장사등극'으로 기대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뒀다.

결국 청구는 장기적 씨름단발전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기보다 '눈 앞의 과실'만 탐닉했고 지도자들도 팀 전체보다 몇몇 선수들의 성적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화려했던 시절, 모든 허물이 '장사타이틀'의 영광에 가려졌다.

그러나 95년말 부진이 시작되면서 구조적 문제들이 하나 둘 실체를 드러냈다.

선수·지도자는 자신의 본분과 씨름단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조차 없이 월권행위를 서슴지않았다.

청구는 이번 훈련거부 경우도 막바지 연습에 열중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일으켰다는 점에서 '배후조정'의 심증을 굳히고 있다.

씨름단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안이한 씨름단 운영의 결과라는 사실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선수보강과 팀 분위기 쇄신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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