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장갑을 줍자

"유해석〈본사 편집부장〉"

중세기에는 귀족들끼리 서로 사이가 나빠 도저히 서로 양립할 수 없을 때에는 무기를 가지고 이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도전하는 표시로 상대방한테 장갑을 던졌다.

한편 상대방은 그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으로 그 장갑을 주웠다고 한다.

*'의식 어디로 갔나

엊그제 국회의 대(對)정부 질문이 끝났다. 국민들은 검찰이 미지근하게 봉합해버린 '한보비리 를속시원하게 해부해주기를 기대했었다.

결과는 '역시 였다. 여야(與野)간의 당리당략에 따라 의혹규명은 비켜간채 의사당 마이크에선 무성한 설(說)만 춤췄다.

누구하나 던져진 '도전의 장갑 을 줍지 않았다.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한발짝씩, 한발짝씩 다가서는 몸짓을 하지 않았다.

격렬한 공방속에서도 5조원의 행방은 공허한 메아리 속에 파묻혔다.

막중한 책무는 뒤로 한채 사실규명에의 도전의식이 결여, 아니 마비된 탓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한심한 순간들이었다.

이제 국민들의 눈초리는 마지막 라운드인 한보사태 국정조사위원회에 집중될 것이다.우리경제가 계속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은 물론 국수집 할머니도 장사가안된다며 한숨을 쉬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대구의 주종산업인 섬유업체들이 비틀거리며 지난해 줄줄이 도산했다. 계속 공장을 돌리고 있는 '섬유인 들도 언제 닥칠지 모를 부도위기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게다가 건설업계도 흔들거리고 있다. 중견주택업체가 쓰러지고…, 법정관리신청을 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너무 심상찮다. 기업인, 근로자, 시민들 모두가 불안하다. 걷잡을 수 없는 경제혼란이 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끝없는 수출추락으로 올들어 무역적자가 벌써 5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실업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럴때 불황의 그림자를 지워버릴 도전의, 극복의 '장갑 을 주워야 한다.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한다. 민초(民草)들이 담배를 끊어 모은 돈으로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본받아 슬기를 발휘할 시점이다. 허리띠 졸라매면 살길이 보인다는 이 얼마나 기막힌 선현들의 지혜인가.

힘은 모으면 더욱 세진다. 대구의 기적, 경북의 기적을 창출할 새 기틀을 짜자. 격랑을 헤칠 조타수는 바로 우리들이다.

*도전의 힘 모을때

콩나물값·과외비로 어깨 처진 주부들과 왠지 고개숙인 가장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용기의 '장갑 을 줍자.

몇푼의 돈때문에… 관계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살인을 일삼은 인간답지 않은 인간들을 날려보낼마녀사냥의 '장갑 을 줍자.

지난 일요일엔 98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축구가 끈적끈적한 '태국 늪 을 건너고 아시아최종예선 진출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한국축구 전사들이 불사른 '도전 투혼 의 산물이다.

오늘은 경칩. 날씨가 풀려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땅속에서 깨어나 꿈틀댄다.대립의 정치… 침체의 경제… 혼란스런 사회… 이제는 정리정돈하자.

우리 모두 새봄을 화사하게 엮어갈 '장밋빛 장갑 을 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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