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스며든 색과 조형성의 멋색" 염색공예는 일반 평면 회화와는 또다른 조형성과 멋을 맛볼 수 있는 섬유미술 장르다. 한국화에서처럼 한지에 자연스레 배어든 먹의 발묵효과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다양한 재질의섬유에 염료의 색이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히 배어드는 과정을 대할 수 있는 것은 염색공예만이 갖는 독특함이다.
천에 밴 색감이 제대로 살아날때면 쾌감마저 느낀다는 섬유미술가 윤영한씨(44·동국고 미술교사). 서른을 훌쩍 넘겨 입문한 늦깎이지만 남성 섬유미술가가 8명 정도에 불과한 대구 미술계에서작업에 임하는 열정만큼은 남다르다.
"부친이 양복점을 경영해 어릴때부터 옷감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죠. 대학에서 응용미술을전공하면서 꼭 한번쯤 섬유미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75년 계명대 졸업후 10여년간의 교직생활 틈틈이 서울·대구를 오르내리며 섬유미술 전시회를 쫓아다닌 윤씨는 지난 88년 남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효가대 대학원에 만학도로 입학, 염색공예를 전공했다.
2명의 남학생 입학 동기가 있었지만 졸업생은 그 혼자뿐. 한학기를 유급당하면서까지 악착같이대학원을 졸업한 윤씨는 이듬해인 94년 대구공예대전의 대상을 거머쥐며 염색공예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그가 몰두해온 작업은 납방염(蠟防染).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수공염색기법인 납방염은 열에 녹여진 액체상태의 파라핀을 천의 일정 부분에만 스며들게 붓칠하거나 문양판을 찍어 방염한 후 염료를 칠하는 기법. 섬유미술의 기초이지만 작품제작에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려 염색공예가들 사이에 최근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 윤씨의 귀띔.
95년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가진 첫 개인전에서 납방염 작품들로 염색의 독특한 투명성과 회화적 조형감을 선보였던 윤씨는 요즘 우리 고유의 창살무늬 소재에 쪽, 치자, 포도, 감등 천연염료와 닥, 모시, 무명등 전통재료들을 접목시키느라 눈코뜰새없다. 작품재료와 모티브를 얻기 위해새벽5시에 서는 한산 모시장이나 변산반도등지를 반드시 부인(42)과 함께 여행하는가하면 작품으로 제작한 스카프를 선물하기도 해 애처가 겸 감성파로도 소문나 있다.
"섬유미술은 다른 미술분야와 달리 색을 더욱 화려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닙니다. 섬유미술이라 해서 단순히 천이나 헝겊 등속을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이죠"
염색공예에 대한 일반의 관심부족과 함께 섬유도시로 알려진 대구에서조차 섬유미술의 예술성과산업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아쉽다고 윤씨는 지적한다.
2~3년후 두번째 개인전을 갖겠다며 찬틴(Tjanting·납방염에서 천에 파라핀을 입힐 때 사용하는도구)을 들고 작품제작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이 봄향기마냥 싱그럽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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