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동화천을 아십니까

출근길, 상큼한 산안개가 계곡 사이 조그만 개천위로 스멀스멀 내려앉는다. 맑은 수면위로 희고몸집이 좀 큰 새가 몸통과 다리를 일직선으로 곤두세우고 힘차게 날아 오른다. 까치가 차 앞유리를 스쳐 지나간다. 혹여, 날아가는 까치가 차와 부딪칠까 봐 차속도를 더욱 늦춘다.아니? 웬 전원생활?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팔공산 아래 동네 지묘동에 산다. 시내 도심에 있다가최근 북구청 근처로 이전한 사무실까지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 대구역 뒤편 통일로도 가끔 이용한다. 대구역에서 신천하수처리장까지 10분 남짓. 5분쯤 더 달리면 무태, 서변동,연경동. 서두에 묘사한 풍경은 바로 여기서부터 지묘동 집까지의 차창 소묘다.잘 생긴 흰새가 요즘은 눈에 잘띄지 않아 마음이 산란하다. 개천이름도 궁금해 대구 지도를 찾아보니 이름이 어여쁜 동화천으로 나와있다.

처음 지묘동으로 이사온 3년 전만해도 물이 맑아 여름이면 벌거숭이 하동과 캠핑하는 사람도 많더니 근래에는 수량도 줄었거니와 물이 나날이 더러워져, 보는 내마음이 안타깝다. 덧붙여 진심으로 염려되는 점은 서변동택지가 개발되면 혹시 이 동화천이 더러워지는 건 물론이고 복개돼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어떻게 슬기로운 묘안은 없는지? 최근 일본에서는 이같은 개울을 사람이 친화적인 샛강으로 복원하는게 붐이라한다. 그편이 자연복원력에서 더 좋다니, 세상 모든 물상은 더불어 살아야하는 거라고 우리에게 자연이 말없는 중에 넌지시 일러주는듯하다.시내 한복판 도심에서 불과 20여분 되는 여기에 이렇게도 맑은 자연이 있음은 천혜의 대구시민의복이라고 여겼는데, 나날이 제 모습을 잃고 누추해져 가고 있으니, 뜻있는 이들과 모름지기 힘을모아 동화천의 맑음을 되찾아 여름 하동에게, 데이트하는 젊은 청춘에게, 웨딩사진 찍는 예쁜 커플에게, 흰 새에게 돌려주고 싶다.

때마침 매일신문에 팔현마을 새들이 보도되고 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작은 도시락 싸들고 쓰레기봉지 하나 주머니에 챙겨 넣어 팔현마을 나들이 해야겠다. 아니 우리 모두 노부모님 모시고,어린 자식 손목 잡고 가보자. 우리는, 모두, 새와 맑은 물과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청산에서 푸른하늘을 이고 살아가고 싶으니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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