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젊은이답게

요즘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여론의 매를 맞고 있는 사람들은 넷.

우선 젊은 부통령 이라는 현철씨가 그 첫째고 다음은 검찰,세번째는 권력주변을 넘나든 젊은 재 벌2세 그룹들. 그리고 이들에게 매를 때리고 있는 언론의 젊은 기자들이다. 모두가 이시대를 끌고가고 있는 기관과 젊은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한보사건이 터지면 서 불거져 나온 현철씨의 권력비리의혹 파문은 몇가지 정치적 부패시비와는 별도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류층 젊은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우려스런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실망을 안게 한다. 사실, 현철씨의 인사 개입, 권력형 비리의혹과 관련한 설(說)들이 제법 구체적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한보사건이 터지기 훨씬전인 지난해 이맘때쯤 부터였다.

그 무렵의 지하여론은 검찰의 젊은 검사들이 현철씨를 벼르고 있다. 여차하면 YS정권이 끝나기 도 전인 년말(96년)쯤 잡아 넣을 지도 모른다 는 설에서 부터 공천이든 장관자리든 현철씨를 안끼면 되는게 없다 는 것들이었다. 그런 류의 쉬쉬하던 풍문들이 한보사태라는 난기류를 타고 녹화테이프같은 증거와 측근의 폭로에 의해 계속 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권력에 의해 덮여진 설은 언젠가는 진실이라는 모습으로 소생된다는 진리를 거듭 확인 시키고 있 는 것이다. 지금 현철씨에 대한 재수사나 국회 증인출석 같은 문제를 논란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그런 결단은 정치적 힘의 논리에 의해 저절로 일정한 순리를 타고 흘러가게 돼 있다. 그보다는 현철씨의 의혹시비를 통해 우리 상류층에 있는 소수의 젊은이들의 의식 그리고 그런 의식을 강요 해가는 어른들의 사고에 대해 우려를 갖게 된다.

왜 우리 젊은이들은 권력이라는 것이 원초적으로 지니는 부패와 비리의 유혹으로부터 강하게 저 항하고 초연해 질수 없는 것인가. 왜 일찍부터 권력의 아편같은 맛에 빠지고 쉽게 권력에 눌리는 가. 그들이 지금보다 조금더 어렸을 나이에는 식지않는 열정과 정의의 가치에 대해 들꽃같은 순 수함을 가졌을 것이다. 마치 그들의 눈에 부패된 권력자의 모습으로 비친 나이든 집권자들도 한 때 자유민주와 정의를 위해 투쟁하며 고고했던 세대였듯이….

검찰만해도 다수 젊은 검사들의 의식은 그나마 정의쪽에 서있어 보이지만 여전히 몰매를 맞고 있 다. 국민여론과 순리에 맞는 수사를 주장하고 수뇌부의 미적거리는 수사 에 저항도 하지만 조직 구조상 역부족이라는 해명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항이 가시적인 법적 구속력을 끌 어내지 못한 채 훗날 젊은 그들도 수뇌부의 위치로 뒤바뀌어 정치권의 입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현철씨를 벼르고 있다 는 젊은 검사의 기개는 한낱 벼르기만 하다 주저앉는 허세에 불 과하다. 좀더 큰 용기와 강한 의지를 행동화 할수 있어야만 다시 태어날수 있을 텐데 그러질 못 한다.

황태자 그룹의 탈선을 오늘에 와서야, 그것도 용기있는 남들의 폭로가 있고서야 매를들고 때리기 시작하는 언론의 젊은 기자들도 매한가지다.

언론이 그러한 설(說)의진상을 몰라서 덮어놓고 있었다면 언론의 사명과 능력의 문제가 되고 알 고서도 권력에 눌려 덮어두고 있었다면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거나 다를바 없다. 알고서도 못쓴 갸날픈 용기도 그렇고 검찰과 젊은 권력자가 국민 여론과 폭로에 의해 궁지에 몰 린다 싶으니까 매를 드는 염치는 웬지 서글프게 비친다.물론 언론의 젊은 기자들도 젊은 검사들 과 똑같이 조직 구조상 쓰려고 저항 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변명을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냉정한 얼굴로 이유 같잖은 이유들에 대해 고개를 젖는다. 지금 분위기로는 젊 은 기자와 젊은 검사들의 패기와 저항이 조직의 힘에 눌리고 있어서라고 주장해도 공감하려 들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주저 앉고 나이든 선배들은 우리도 젊을때는 다 그랬다 고 저항을 누르면 서 젊은 시절 허세자랑만 챗바퀴 돌듯 반복해 간다면 세상은 언제 맑게 바뀌어 갈 것인가. 그렇게 되면 우리사회에서 이런 탄식이 나올수 밖에 없다. 젊으면 뭣하나 변화를 위해서는 젊은 세대 부터 사고가 더 용기있게 변화돼야 한다. 어른들은 그들의 변화를 붙잡거나 눌리고 생동하 지 못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젊은 세대는 예의있게 저항할줄 알아야 하고 어른은 올바른 저항을 수용해야 옳다. 젊은 권력자 의 아들에게 감투자리를 청탁하는 어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젊은이들에게 내일의 변화는 기 대할수 없다.

한보와 현철씨 사건에서 우리는 그런 교훈을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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