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계인사 '시국처방'-正道로 가자

"채문식 전 국회의장"

결자해지…김대통령 '수습'나서야

결자해지(結者解之). 채문식(蔡汶植)고려중앙학원 이사장(72·전국회의장)이 총체적 난국상황에 던진 화두다.

"현 난국을 초래한 최대 책임은 김영삼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모든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헌정중단 사태는 오히려 나라를 혼돈에 빠뜨릴 뿐이죠. 그는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현행 법체계를 존중하는 가운데 난국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채이사장은 특히 법체계 존중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비서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장관 등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 것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죠. 헌법 어느 구석에 그같은 규정이 있습니까. 도대체 집권 4년여동안 경제 및 통일부총리를 6~7차례나 갈아치우는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한마디로 내각기능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죠. 물론 국가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리 없지요. 문민독재, 그것 일리있는 말입니다"

7순의 나이답지 않게 거침없고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는 돌연 간절한 호소로 이어졌다. "우리 민족에겐 일제시대와 6·25 그리고 보릿고개 등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이 있잖아요. 지금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손들에겐 살만한 나라를 물려줘야 하지않습니까…"

이를 위해서도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그는 다시 힘주어 말했다.

우선 한보의혹부터 철저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떡값이란 용어부터가 이해되지 않아요. 떡값받는 것은 괜찮고 뇌물수수는 처벌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5조여원이나 되는 거액을 일개 기업에 대출해준다는 게 권력핵심부의 입김없이 가능하겠습니까"김대통령 아들 현철씨에 대해서도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하는 게 순리라는 것."대통령 아들이 국정에 개입, 실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전례가 없습니다. 그가 최근에 대국민 사과문을 냈는데 건방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말단 공무원도 아닌 무직상태의 청년이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문을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전직대통령도 감옥가는 상황인데 검찰에서부르면 조사에 응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그는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내각제개헌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현행 헌법아래서의 내각제적 요소를 규정된대로 지켜 나가려는 의지만 강하다면 구태여 무리해서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소신이다.

"저도 내각제론자입니다. 그러나 연내에 개헌하기에는 시간도 촉박한 데다 막상 이를 위한 여야협상에 들어가면 선거법 등 각종 쟁점을 둘러싼 정당간 이해관계를 절충하느라 또 한번 혼란에빠지게 됩니다"

채이사장은 끝으로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냉소주의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난국극복을 위해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합시다. 난국을 초래한 게 김대통령 책임뿐일까요. 후손들에겐 모두가 책임을 면치못하는 법이죠".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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