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 누군가가 닭서리를 했다 치자. 먹다 버린 닭다리까지 나왔는데도 아무도 제발로 자 수해 오지 않고 시간을 끌게 되면 자연 마을에서는 누구집 자식이 그랬을 거라는 짐작된 소문이 떠돌게 된다. 공교롭게도 소문에 떠오른 아이가 평범한 소작농 아들이 아니고 사또댁 자제쯤 되 면 수습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형방(刑房)이방(吏房)은 물론이고 닭주인까지도 소문의 시비 가리기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더욱 이 사또가 자식에 대한 소문을 듣고도 직접 회초리를 들고 친국(親鞫)해보지 않고, 허물이 있으면 법대로 하라며 아래쪽에 떠맡기게 되면 진실 캐기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동네 사람들이 모두 제자식을 닭서리 도둑으로 의심하고 수군대는 지경이 되면 제대로 된 집안의 부모는 당장 회초리를 들고 '바른대로 대라'는 친국으로 사실을 밝혀냈다. 그게 집안일 을 바깥의 법에 내맡기기 전에 챙겨 보는 가내 훈육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른바 '김현철씨 의혹'에 대한 대통령가(家)의 해법은 회초리 심문보다는 집바깥의 사법 적 책임 규명 측에 공을 던지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자 곧바로 쏟아져 나온 것은 여당 지도부와 일부 측근 정치권에서 '인사개입등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다'거나 '부자지간의 문제인만큼 감안 해줘야 한다'는 등 진실캐기의 의지가 무뎌지는 듯한 '감싸주기 발언'들이었다. 바로 사또 자제의 닭서리 의혹에는 이방, 형방이 뒷짐을 진다는 세상인심과 흡사해 보이는 것이다. 지난주 입씨름만 하다 끝낸 국조위에 이어 오늘부터 한보청 문회가 시작되지만, 실체 규명에 앞 질러 그같은 방탄발언부터 먼저 튀어나오니까 '아직 정신 못차린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 특 (特)자만 붙였지 똑 부러지게 특별한 실체를 끌어내지도 못한 국조특위는 어차피 일부 여당의원 과 검찰의 방패를 제대로 못 뚫고 비켜 갔지만 청문회만은 '이방(吏房) 뒷짐지는'꼴처럼 돼서는 안된다.
청문회 사회봉도 두드려지기 전에 대통령의 아들에 관해서는 '사법처리 부적합'을 드러내놓고 못 박는 분위기에서 한보리스트로 오금이 저린 국회인사들이 얼마만큼 속속들이 과감하게 '청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꼭히 많은 사람들이 구속돼야만 법의 정의가 선다는 얘기가 아니라 조사도 수사도 청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可)-불가(不可)논란이 먼저 나오면 기껏해야 닭서리 이야기 수준의 ' 정치'밖에 기대할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그처럼 아무도 소산(小山)의 종아리를 때리려 들지 않으면 이른바 '김현철 의혹'에 대해 그나마 신뢰해볼수 있는 진상규명은 대통령의 회초리 문초에 기댈 수밖에 없다. 부모의 회초리 앞에서 비행과 거짓을 끝까지 감추고 숨겨내는 자식은 없다. 적어도 담배씨만큼한 효심이 있는 자식이라 면 당연히 그렇다.
YS는 회초리를 들어야한다. 아버지로서, 법을 떠나 진실을 캐묻고 진상을 밝혀내는 것만이 난국 과 자식을 함께 살리는 일이다. 대통령 스스로도 자식의 허물은 자신의 허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곧 자신의 허물을 측근과 아랫사람에게 밝혀내도록 내맡기는 모양새는 적절치 못하다. 이번 사안이 얼핏 보기엔 법적인 문제뿐인 것 같지만 집안에서 먼저 풀어 내주면 청문회의 소모 적 논란을 절반쯤 덜어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회초리 문초에서 아무런 허물이 없기를 바라지 만 불행히 허물이 드러난다 해도 회초리를 든 부모마음을 헤아린다면 어느 누가 기어이 가혹한 처벌을 요구할 것인가. 아비가 제자식을 저 먼저 때리면 이웃은 매를 거두는 법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소산(小山)의 종아리는 대통령만이 때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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