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체험기-해외여행 숙소

"잠자리 두고 에피소드 속출" 단체여행에서 숙소의 선택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 할지라도 집을 떠나먼 타국에서의 밤이 내집보다는 편치 못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행수준이 많이 향상돼 흔하지 않지만 해외여행 초기에 호텔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수도꼭지를 틀어 욕조에 물을 받다가 깜박하는 사이 물이 넘쳐 객실카페트를 물바다로 만든일. 열쇠를 객실에 두고 속옷 바람으로 옆방에 갔다가 문이 자동으로 잠겨 복도에서 오도가도 못한 어느 아주머니. 김치냄새가 객실 전체를 진동하는 바람에 호텔지배인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던 일….

어느해 여름 대구 모 대학 교수님들의 미국 연수단을 인솔한 일이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해 여장을 풀 호텔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현지 여행사로부터 확약 받은 호텔이 지난번 여행때와같은 호텔 이라 여행설명회때 아주 자세히 설명을 했었다. "호텔 위치가 아주 좋습니다. 폭포와걸어서 5분거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야경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저녁식사후 산책삼아 다녀오시면 이번여행에서 가장 추억에 남으실 겁니다"이렇게 까지 자랑한 호텔이 현지사정으로 폭포와 꽤 떨어진 위치에 있는 다른 호텔로 변경이 된 것이다. 여행중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지만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현지 가이드와 상의해 급히 차를 수배해 일정에도 없는 폭포 야경관광을 단체로 해야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좋은 구경하십시오"라고 양해도 구하고 사과도 드렸다. 폭포에 다녀오신 분들을 객실로 안내하고 로비에서 현지 가이드와 내일 일정에 대해 의논을 하는데교수님 두분이 나를 불러놓고 화난 목소리로 "호텔이 변경된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호텔도 아닌여관에다 잠을 재우느냐"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화도나고 웃음도 나왔지만 "죄송하다"라는 말밖에 할수가 없었다. 그때 우리가 투숙한 호텔이 전세계체인망을 갖고 호텔산업을 이끌고 있는 홀리데이 인(INN)호텔이었다. 그렇다고 "교수님! 이 인(INN)은 그 인(INN.우리나라의 여관에 해당하는 저렴한 숙소)이 아닙니다"라고 설명을 할수도 없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기 때문에….

이석훈(알파항공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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