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허장실지

글씨를 쓸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붓을 잡는 방법, 곧 집필법이다. 집필법에는 몇가지가 있으나가장 효과적인 집필법은 오지제력법(五指齊力法)이다. 오지제력법은 다섯 손가락으로 붓대롱을 잡되 각 손가락의 힘이 골고루 미치도록 잡는 방법을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다섯 손가락의 관절을 모두 꺾어 허장실지(虛掌實指)의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허장실지란 손가락을 둥글게 만들어비우고 손가락의 힘은 충실하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손가락의 관절을 꺾어 허장실지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가. 관절을 꺾어야 붓대롱을 잡는데 힘을 모을 수 있고 손바닥안에 둥근 공간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허장실지의 상태가 되어야만 몸의 힘을 손끝에 모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굳이 서예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와 배구·검도등 운동에도 해당된다. 배구에서 토스를 할때 손가락 관절을 꺾지 않거나 손바닥을 둥글게 만들지 않은 상태서 공을 튀기면 그 공은탄력성을 갖지 못한다.

또 검도에서 목검을 잡을때 손가락 관절을 구부려 둥글게 잡지 않으면 힘차게 내려 칠 수 없다.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릴때도 손가락의 관절을 적당히 꺾어 손바닥을 너그러운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살아있는 음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꺾어야 할 것은 꺾고 굽혀야 할 때는 굽혀야만 다른 한쪽에 진정한 힘을모을수 있다. 서예에서 손가락 관절을 꺾어 허장실지의 방법으로 붓을 잡는 것은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함이요, 삶에서 내 주장을 꺾어 허장실지의 태도로 사는 것은 남과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살기 위함이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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