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옥조근정훈장 수훈 집배원 이만배씨

이만배씨(58·대구시 수성구 범물동)는 26일 정든 집배원 오토바이를 떠나보냈다. 집배원 생활을시작한지 40년. 1천원 남짓했던 첫 월급이 퇴직때는 3백만원이나 됐다.

이씨는 9세때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한 농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얼마안되는 농토로는 삶이너무나 버거워 초등학교를 마치자 고향 금릉을 떠나 무작정 대구로 왔다. 50년대말, 어린 이씨에게 일거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공장직공으로 전전하다 '집배원'이 될 기회를 잡았다."18살때니까 57년이었죠. 집배원을 하면서 야간고등학교도 다녔습니다" 3년간의 군생활을 마친 이씨는 경남 창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자전거도 탈 수 없는 시골 자갈밭을 걸어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했습니다. 참 힘든 시절이었죠""여러 차례 개에 물려 지금도 다리에 상처가 남아있습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개조심'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을 정도였어요" 이씨는 자동차에 부딪쳐 다치기도 했다.

이씨는 '박봉'을 쪼개 '애옥살이'살림을 꾸려온 아내가 누구보다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16평 좁은 집에서 이씨와 부인 이계향씨(58)는 5남매를 키워냈다. "등골이 휘었지요. 월급을 쪼개고쪼개 살아왔습니다. 탈없이 잘 커준 애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씨는 마침내 4년전 48평짜리아파트를 장만했다.

이씨는 아무리 박봉이라도 열심히 살면 그럴듯한 집도 장만하고 자녀교육도 시킬수 있다며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는 현 세태를 꼬집었다.

"'집배원'은 환영받는 직업입니다. 기다리는 소식을 가져다주니까요. 일은 고되고 월급이 적을지모르지만 저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훈장도 주지 않습니까" 이씨는 26일 정년퇴임식때 받은 '옥조근정훈장'을 들고 다시 태어나도 꼭 집배원이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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