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大 외국인 기숙사 유학생들

"우정 '넘실넘실' 向學熱도 '활활'"

푸르른 녹음이 더위를 식혀주고 있는 경북대 캠퍼스의 한모퉁이에 자리한 외국인 기숙사.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작년 11월 문을 연 이곳에는 현재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멀리 독일, 러시아에서 한국을 배우기 위해 유학온 20여명의 유학생들이 살고 있다.

방마다 서로 다른 말들이 흘러 나오고 생김새가 다른 주인들이 터를 잡고 있어 비빔밥처럼 독특한 맛이 나는 곳이다.

이 곳의 주인은 대부분 한국에 온지 1년 미만의 유학생들. 국비로 유학온 공무원들이거나 교환학생들이다.

각양각색의 인종 만큼이나 연령도 다양하다. 20대 초반에서부터 40대 후반까지. 언뜻봐서는 몇살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이들의 유일한 휴식공간인 1층휴게실. 외로운 유학생활 탓인지 자욱한 담배연기가 이들을 에워싸고 있고 뜻모를 말들이 AFKN방송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기간이 짧아서 일까. 파란눈에 비친 한국의 대학 캠퍼스는 아직 낯설고 신기하다.대학운영시스템이나 대학생들의 생활등 모든게 제가 살던 독일하고는 다른것 같아요. 한국의 독특한 선후배관계라든지 사제간의 관계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좀 더 인간적인 것 같아 좋습니다

법대 대학원에 올 9월 편입 예정인 독일 유학생 요하네스 서돌프씨(29)의 말. 요하네스씨는 한국에서 한국헌법과 독일헌법을 비교 연구할 예정이다. 한국에 온지 한달밖에 되지않아 친구가 없어외롭다는 요하네스씨는 빨리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잘 안된다.한국학생들은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자꾸 절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라며 은근히 대구학생들의비사교적인 면을 꼬집는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음식문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곳에서 스스로 음식을 해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가 방문한 밤 10시. 모두 잠잘 시간인데도 지지고 볶고 음식을 만든다고 분주하다.

언어 문제도 이들에게는 큰 장벽. 주로 대학원생들이라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중에는 별 무리가없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많이 힘든단다.

유학 생활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그야말로 유학 생활은 귀머거리, 벙어리생활을 해야 합니다이란에서 작년 11월 천연섬유과 박사과정을 밟기위해 유학온 모하노린 마파치투어씨(36)의 말.그래도 띄엄띄엄 한국말을 하는 폼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이곳에는 중국 동포들도 있다.

고국의 선진 과학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왔습네다

진한 북한 말투가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왠지 된장냄새가 나는 토종한국인 같아 정답다. 깨끗하고발전된 고국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들 이방인들에게 비친 한국학생들의 모습은 어떨까.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고 친절하다는 평이다.

특히 취업을 앞둔 고학년의 경우는 더욱 열심히 생활하는 것 같다 고 경북대 외국인 기숙사 대표김석주씨(28)는 말한다.

열심히 생활하기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도 외국인 기숙사의 불은 꺼지지않고 이들 유학생들의 미래을 밝히고 있었다.

〈崔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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