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AL기 추락참사-유족 현장방문

"웅크리거나 엉긴 채 시커멓게 타버린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8일 KAL기 추락사고 현장을 둘러본 유가족 대책위원회 정홍섭고문(46.회사원.충북 청주시 공명동)은 금방 두눈으로 확인한 끔찍한 참상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이번 사고로 여동생 일가족 4명을 잃은 정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20여분간 다른 유족 대표 4명과 함께 괌 니미츠힐의 여객기 추락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밀림 가운데로 구조대가 내놓은 폭 30㎝ 정도의 오솔길을 따라 기체가 추락한곳으로 내려가보니역한 냄새와 함께 도저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지옥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태극마크가 선명한 기체의 꼬리날개 부분 앞쪽은 그래도 1, 2층이 구분돼 있을뿐 아니라 좌석의형태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의 시신 4구가 몸통만 남은 채 좌석에앉아있거나 웅크린 자세로 숨져있었다.

그는 "온전한 시신은 하나도 없었으며 그저 막연하게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만 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체의 앞부분의 상태는 심각했다.

모든 것이 시커먼 숯덩이로 변한 채 내려앉아 있었으며 이곳에서도 절반 이상이 타버린 시신 6~7구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부모가 자식을 껴안고 숨진 듯 크고 작은 2구의 시신이 뒤엉켜 있는것도 있어 사고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느끼게 했다.

희생자들의 옷가지, 가방등 유류품은 흔적도 없이 타버렸고 시신들은 사지가 멀쩡한 것이 하나도없을 정도였다.

또 어느정도 온전한 기체의 뒷부분과 완전히 타버린 앞부분이 약간 떨어져 있었고 25m 가량 떨어진 지점에는 추락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간 동체 부분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사고현장에서는 흰색 위생복을 입고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15명 가량의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대원들이 조심스레 사진을 찍어가며 '고분을 발굴하듯' 시신을 찾아내고 있었다.정씨는 "시신 발굴작업이 완전히 끝나면 유가족 대표들이 현장을 다시한번 둘러보고 미비한 점이없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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