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KT "불안한 동거"

조순(趙淳)체제 출범에 따른 민주당의 당체제 정비작업이 상당히 늦은 템포로 진행될 것 같다.전당대회가 끝난 만큼 부총재단과 당 3역, 당무위원, 지구당 위원장들의 교체작업이 뒤따라야 하는데도, 정작 조총재는 "차츰 차츰 발표해나가겠다"며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성 총재권한대행도 29일 당직자회의에서 "새로운 체제 출범에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충실하라"고 당부, 급격한 당 체제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기류는 무엇보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택(李基澤)전총재 중심의 기존당료파와조총재측의 '불안한 동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총재는 28일 저녁 강대행과 만나 향후 당 개편방향을 논의하면서 급격한 당체제 정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민주당복귀를 희망하는 일부 통추 세력에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보인다.

이에 따라 강대행은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지구당 위원장들을 대거 교체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총재측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강대행은 29일 저녁 조총재와 만나 이같은 기조의 '당료파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총재측은 계획대로 당 체제정비를 해나가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외부인사 수혈작업이 늦게 진행되고 있어 당직개편이 늦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료파와의 주도권 경쟁보다는 '참신한' 인물들을 발탁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 조총재가 약속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좁은 틀에서 이전총재와 싸울 경우 대외적인 이미지만 손상될 뿐 조총재에게 돌아올 실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판을 넓히면 이전총재의 영향력은 자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총재측은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추대되는 다음달 11일 이후 본격적인 당체제정비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맞춰 1단계 외부인사영입 결과를 공개하고 적당한당직을 맡긴다는 복안이다.

조총재측은 주요 당직은 물론 민주당 전국 지구당 가운데 1백20여 지구당위원장이 공석이어서 외부 인사들에게 맡길 자리는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또 단계적인 외부인사 영입작업을 계속 추진,10월 중순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에 이들을 대거 포진시켜나갈 것으로 알려졌다.조총재측은 이를 위해 △전직 고위관료 출신 △학계 인사 △사회단체 관계자 △통추 등 정치권인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영입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