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여행길에서 한국 축구의 반가운 승전보를 들었다. 적지(敵地)에 나가 얻어낸 5대1의 승리. 붉은악마들과 함께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로 꽤나 후끈거렸으리라 여겨진다. 스포츠가 대중을 열 광시키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열성팬들은 자기나라 축 구팀이 원정경기에 나가 지고 돌아오면 권총을 들고 공항에서 기다린다고 할 만큼 열광적이다. 실제 감독이나 코치는 대중들의 흥분이 가라앉고 난뒤 다른 비행기를 타고 몰래 귀국하기도 한 다. 이기면 좋다고 육교위에서 뛰어내려 죽기도 할만큼 그야말로 스포츠에 생명까지도 건다. 올림픽의 발원지인 그리스 아테네에 세워진 근대 올림픽 경기장의 유적에서도 목숨을 걸다시피하 는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열정적인 애정을 느껴볼수 있었다. 6만9천명이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있 는 말굽형의 메인스타디움은 관중석 계단이 모두 대리석으로 축조돼있다. 1896년 그리스의 한 부호가 두류공원 주경기장보다 큰 대리석 스타디움을 전액 개인헌금으로 지 어준 것이다. 돈 쓰고도 별 생색이 안나는 스포츠에 그만한 돈을 던질수 있는 것은 생명을 거는 것과 같은 정도의 열정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 고대 올림픽때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기록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서 기 혼 여자들은 경기관람이 금지 돼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여인들은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강건너 마을에서 두문불출, 바깥출입이 통제됐고 처녀들만 경기관람이 허용됐다고 한다. 왜 기혼 여성들에게만 경기관람을 금지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으나 아마 당시의 출전선 수 모두가 완전 나체로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19명씩 한줄로 서서 1백97m(근대 2백m 달리기종목의 기원) 트랙을 달릴때 요란스레 「출렁거리는 심벌」은 꽤 신나는(?) 구경거리 였음에도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의 심벌을 기혼여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위험한 게임」으로 여 겼던지 숨어들어와 보다가 들키면 돌로 쳐 죽였다는 것이다.
기록에는「맞아 죽더라도 보고죽은 귀신은 혈색도 좋다」는 호기심으로 변장해 들어왔다가 정말 맞아 죽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포츠에 열광했건 심벌에 관심을 뒀건 그야말로 목숨을 건 경 우다.
얘기가 좀 빗나갔지만 고대 그리스의 스포츠 정신은 건강한 체력에서 강한 국력과 건전한 정신 력, 문화적 창조력이 생긴다는데서 출발되고 있음을 스타디움 왼쪽 가운데에 세워진 두개의 돌조 각에서도 엿볼수 있다.
석상의 한쪽남자는 심벌이 작게 늘어져 있고 반대쪽 남자 조각은 심벌이 하늘을 향해 뻗쳐져 있 다. 조각의 의미는 「체력과 정신을 관리하는 자는 강건하고 신체와 정신을 소홀히 하는 자는 나 약해 진다」는 그리스 시대의 스포츠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신과 포세이돈, 헤르메스나 헤라클레스등 남성조각상들은 유난히 근육의 선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수 있다. 한마디로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꽃핀 스포츠정신은 때로 정치를 뛰어넘어서는 대중적 열 정을 이끌어내는 힘의 원천임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 올림픽 제1회 대회를 아테네에서 치른 그리 스가 바로 지난해 100주년때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자 대중들은 집권당의 무능을 질타, 선거를 통해 사회당으로 정권을 교체해 버렸다.
정치가 불신받고 외면 당할때는 대중이 정치보다는 스포츠에 더 열광하고 쏠린다는 사실을 보여 준 예다. 대선싸움에 날이지고 새는 요즘의 우리 정치권도 축구나 야구 영웅들이 대리만족을 더 많이 시켜줄수록 점점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스포츠가 정치를 움직이는 신(新)아테네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정신으로 일궈낸 월드컵 4회 연속 진출의 승전을 거듭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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