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막을 3주일간 뒤덮었던 전운(戰雲)이 걷혀가고 있다.
이라크는 유엔무기사찰단(UNSCOM)에서 미국인 추방령을 내렸던 지난달 29일 이전의 상황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20일 결정했다.
이로써 19세기말 함포(艦砲)외교를 방불케 했던 미국의 무력시위도 명분을 대폭 상실하게 됐다.이번위기는 '세계 경찰'을 자부해온 미국의 도덕성에 상처를 주고 힘의 무력함을 입증해 주었다.3주일간 끌어온 이라크와 미국의 명분싸움에서 미국은 판정패를 당한 셈이다.
미국은 UNSCOM의 인적 구성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않고, 사찰이 중단됐던 당시의 상황에서 무조건 사찰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한게 소득의 전부다.
반면 외교적 고립속에서 7년간이나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이라크는 제재해제의 타당성을 전세계에 마음껏 홍보하는 실익을 챙겼다.
이라크 혁명평의회와 집권 바트당은 성명에서 러시아측 중재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러시아측중재안의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라크의 원유수출 재개를 보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러시아는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해제를 위해 노력하되 이라크는 무조건 UNSCOM의 사찰재개를허용키로 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외교 헤게모니의 상당부분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손해를 감수해야할 처지다.미국이 외교적 판정패를 당하게 된데는 중동정세 오판과 무력에 대한 과신이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은 이라크에 시종일관 끌려다닌 인상이다.이라크는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와 사이드 알-사하프 외무장관을 중동과 아프리카, 러시아 등지에파견해 제재의 부당성과 미국의 폭력성을 입체적으로 고발했다. 미국의 무력행동이 현실적 위협으로 느껴지면 수정 제안으로 시간을 끌고 위기를 넘기면 기존입장을 되풀이하는 끈기를 발휘했다.ㅤ
그러나 미국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중동방문에서 아랍국들의 공조 다짐을 받는데 실패했다. 한예로 지난 90년 이라크로부터 침략을 받았던 쿠웨이트 조차도 무력행동에 반대를 표명했다.
유엔의 무기사찰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라크는 미국에 화해의 뜻을 비치지 않고 있고 미국도 대이라크 제재를 일시에 해제할 의사가 없다.그렇지만 미국이 90년대초와 같이 절대우위의 힘을 배경으로 독단적 대중동정책을 구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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