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판이한 선거양상이 나타나고 있다.우리 선거의 전형이 되다시피 한 대규모 옥외집회는 원천봉쇄된데다 금품과 향응 제공풍속이 아예 사라지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신 TV매체가 선거판의 전부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도 지금 대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돈선거 해방
이번 대선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돈선거가 이 땅에서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지난 14대대선에서 1조원을 썼다는 얘기가 파다했을 만큼 우리나라 대선은 주체할 수 없는 돈선거판이었다. 뭉칫돈이 나라 곳곳에 흘러 다녔다. 술판이 난무했고 식당이흥청망청했다.
이제 이같은 광경은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미 호텔 및 관광버스업계를 비롯 인쇄업계, 음식점, 선물제조회사에서도 대선 특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대신 한숨만 내쉬고 있다.법정선거비용 3백10억정도는 불가피하게 지켜질 듯하다.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주요 3당은 법정선거비용 마련에도 쩔쩔매고 있다.
현재 중앙당 후원회행사를 통해 한나라당은 1백55억원, 국민회의는 1백20억원, 국민신당은 21억원가량을 거뒀다. 그래도 법정선거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어떤식으로든 이를 마련할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각 주요 정당들이 법정선거비용내에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이전 대선때의 선거자금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진전이다.
한나라당의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도 기업 등 외부지원이 전무하다고 토로했고 윤원중(尹源重)후보비서실 부실장은 "얼마전 전지구당위원장 귀향때 각1천만원씩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한푼도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번 대선에서 괄목할 사건은 역시 각 당 할 것없이 국민성금과 당원들의 특별모금으로대선자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큰 소리친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한때 집권여당이었던 한 후보가 자택을 팔아5억원을 선거비로 내놓았겠는가.
한편 정가에서도 이번 대선전은 별로 돈이 들어갈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엄청난 돈을 차지했던 대규모 장외집회의 청중 동원비가 없어졌으며 홍보물을 각 당에서는 배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이에 따른 활동비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TV시대의 개막
21세기는 영상매체의 시대라고 불리고 있지만 벌써 이를 실감케하듯 대선전은 TV상자속으로 온국민들을 몰아넣고 있다. 거리유세를 제외하고 소위 장외집회가 없어졌고 선거방법이 TV토론회위주로 바뀌어지면서 각 후보들은 온통 이곳에 관심과 정열을 쏟고 있다.
실제로 법정선거운동기간 22일동안의 각 후보진영의 스케줄을 보면 거의 절반은 TV토론회와 그준비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현재 각후보들은 TV합동토론회 3번 그리고 각 신문사별 토론회 5,6회 등 총 8, 9회가 예정되어 있다. 합동토론회가 있는 날은 전혀 다른 일정을 끼워넣지 않고 있다. 각 후보들은 10일내외로 지역유세에 나서는데 이회창(李會昌)후보는 대략 25회 그리고 김대중(金大中)후보는 8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인제후보는 버스투어를 통해 강행군하고 있어 좀 다른 케이스지만 이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또 TV토론회가 과연 후보들을 차별화시킬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각 후보들은 승패의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필사적으로 이에 매달리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TV토론회의 만개로 인해 후보들을 대규모 집회장 등을 통해 직접 대면할 기회는 극히 힘들게 됐다. 열광적인 선거열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다소 재미없는 선거전이다. 이번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TV토론회를 빼면 현수막과 벽보 그리고 가정으로 배달되는 홍보물이외에는 후보를 알 도리가 없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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