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IMF는 정복군인가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자기나라 신문인 프랑스 르몽드와의 6일자 단독회견에서 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IMF 지원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번 밝힌것은 정복군의 오만한 선무작전인가 한국을 위한 진정한 충정인가.

그는 이 회견에서 '한국인들은 수치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한국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용기있는 나라'라고 추켜세우며 타력에 의하더라도 변화와 개혁만이 한국이 살길이라는 논조를 폈다. 마치 정복군이 한 나라에 쳐들어와 완전히 평정하고 남은 과제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미소작전을 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경제주권만의 문제가 아니다.지금의세계는 경제전쟁시대이다.이념이나 군사 전쟁이 아닌 길로 한나라를 오히려 쉽게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뿐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IMF 간섭체제는 경제가 포함된 국가주권전체의 양도에다름 아니다.

미국과 일본등이 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IMF 자본을 고개를 숙이고 구걸해 받은 한국이 정치를포함한 다른 중대한 이해가 걸려 있는 분야에서 관련국에 감히 제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이기회에 한국경제 자체를 좌지우지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IMF 협상 막바지에 기승을 부렸다는 설에 따른 시각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반면 캉드쉬의 발언은 한국 경제의 회생을 위한 진정한 충고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벌이 정경유착등에 의존해 국가 금융을 털어 먹어 나라를 망쳤다는 점에서 보면 IMF 개입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밤의 공룡같은 한국재벌을 정부도 국회도 국민도 어느 누구도건드릴수 없는 것이 한국의 솔직한 현실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한국은 국가부도 직전의 절박한상황에 있었다는 점에서 IMF를 비판적으로 보는 한국인의 인식이 IMF로서는 도와주고 뒤통수맞는 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올만하다.

문제는 IMF의 선의가 진정으로 어디에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 IMF는 당초 한국에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협상접근 과정에서의 어떤(?)변수로 이것이 변질됐다는 눈총을 받을 만하지 않을까.

〈파리·李東杰특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