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졸속추진으로 밑그림 흔들

'불황 한파'로 완전히 얼어붙은 올 한해 대구 미술계의 최대 이슈는 지난 10월 건립추진위원회가전격 구성되면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대구시립미술관(가칭) 건립 문제.

'문화도시'란 허명대신 튼실한 미술관을 갖고 싶다는 지역 미술계의 숙원과 시 당국의 합심이 빚어낸 미술관 건립은 그러나 당초 취지완 달리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 더딘 행보가예고되고 있다.

일례로 추진위원회와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회장 권정호)가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두차례 개최한 '대구미술관 건립기금 마련전'의 경우 작품 1백여점을 판매, 1억1천여만원을 모금했으나 상당수 비출품 작가들로부터 '폭넓은 미술계 의견수렴 절차를 외면한 급조된 행사'였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미술관의 주체가 될 작가층을 논의의 장으로 이끄는 대신 출품만 요구한 미협의 일방적 태도는대규모 행사의 전시효과만을 노린 행위"란 이들의 주장에 대해 미협 또한 "출품도 거부한 채 건립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작가적 책임의식의 결여일 뿐"이라며 맞서 양측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있는 것.

이같은 미술계 내부의 불협화음과는 별도로 고가로 판매된 모 유명작가의 출품작에서 하자가 발견돼 구매자가 이를 뒤늦게 반환하는 소동이 빚어지는등 작품판매와 처리문제를 둘러싼 잡음도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단 2점(판매액 1백10만원)만이 판매돼 2차 기금마련전의 실적이 저조하자 추진위원회가 내년 3월다시 3차 기금마련전을 열기로 최근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2차 전시후 미판매 작품을 해당작가에반환키로 한 처음 약속이 지켜질지 또한 미지수.

미술관 규모도 전국 최대인 연면적 7천평(건축비 4백20억원)으로 대구시 수성구 내환동 대구대공원 부지내에 건립될 것으로 발표됐으나 대구시는 내년 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던 설계비 14억3천여만원중 기본설계비 5억5천여만원만을 편성, 규모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대구시 관계자도 "미협측과 처음 논의한 미술관 규모는 전국 최대인 것이 사실이나 지역경제와예산사정상 규모는 조정될 수 있다"며 "이달말이나 내년초 실무진과 미술계 원로간 간담회를 통해최종결정할 것"이라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긴 그림자를 드리운 불황의 여파에도 불구, 미술관 건립을 향한 대구 미술계의 자생적 노력이 돋보였던 한해. 시민과 지역 미술인들의 촉각이 내년에도 미술관 건립의 약속 이행여부에 모아질 것이란 자명한 현실을 미협과 대구시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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