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인 된장, 갓 꺼낸 김장김치, 콩나물 무침, 명태국'
12일 아침 주부 김영숙씨(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929의1 삼풍아파트 1동)가 차린 아침상이다. 밥에도 보리쌀을 섞었다. 김씨는 식용유값(1.8ℓ)이 2천8백원에서 4천1백원으로 뛰어오르고 밀가루 값도 한달새 50%%나 폭등하자 밀가루에 적셔 기름에 튀기는 전이나 부침개를 만들지 않고 나물무침과 간단한 국물류로 조촐한 식탁을 준비한다. 밀가루와 식용유 사용을 자제, 전량 수입에 따른외화낭비를 막고 이를 계기로 너무 기름진 식단도 개선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의 백온자씨는 "비교적 오르지 않은 생선 육류 콩나물 두부 등을 활용한다"면서 최근 주부모임도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간단하게 나누는 이들이 많다고 전한다.전국주부교실 남구지회 이정희지회장(44·대구시 남구 봉덕동)은 살림살이가 갑자기 달라진 한달여전부터 콩나물을 집에서 길러서 먹는다.
"수입이 줄어든데다 시장에 가보니 밀가루도 없고, 3~4가지씩 사던 습관을 꼭 먹을 것 1~2가지만구입하는 식으로 씀씀이를 줄였다"는 그는 오곡밥에 나물반찬을 곁들인 간소한 상을 차린다. 중1,초등3년인 성장기 자녀들이 있어서 오곡밥으로 영양균형을 잡는다는 그는 "옛날 어려운 시절을현명하게 살아낸 어른들의 살림솜씨며 생활의 지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해진다"고털어놓는다.
주부들은 에너지비용에 이어 식료품값이 폭등하고 품귀현상마저 빚어지자 종전에 2개 사던 것을1개 사는 쪽으로 소비행태를 절반씩 줄이고 있으며, 두벌 김장을 담는 가정들도 늘고 있다. 가공식품류값이 일제히 뛰어오르자 자구책으로 겨울철 반양식 김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사먹던김치를 직접 담가서 살림살이의 거품빼기도 병행하고 있다.
"설탕 3㎏짜리가 2천7백원에서 5천원, 1천원짜리 참치 한캔이 1천5백원으로 오르고, 계란값마저한판에 1천5백원이나 뛰어 올랐다"면서 식생활의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은 외식을 줄이고 식료품 구입도 절반으로 줄여 'IMF식 식생활=전통식품의 이용과 조촐한 식단'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켜나가고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18.1%%씩 증가, 소득 증가율 12.5%%를 상회하던 외식비 지출은 외환위기 이후 급감하고 있으며, 남편들도 직장에서 일찍 귀가하여 TV를 보며 사과 감귤 단감처럼 싼 과일이나 군고구마 찐 감자로 간식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20~30년전으로 되돌아가야합니다. 우리네 전통식품인 된장 간장 고추장과 김치를 이용한 식탁을차리면 단백질 과잉이나 너무 기름진 음식섭취로 인한 성인병을 막을 수 있고, 밥상의 건강성도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영양사회 대구경북지부 서수원지부장(경북대병원 영양실)은 "그동안 맛있는 것만 골라먹던 현상에서 탈피하고, 비교적 외풍을 덜타는 우리 고유의 농산물을 이용하여 IMF시대 먹거리 문제를해결해야한다"고 들려준다.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김성미교수는 "시금치 못지않은 영양가를 지닌 무청, 콩비지, 싼 생선류, 밀가루 값과 비슷한 떡류 등을 적극 활용하고, 이 기회에 수입재료를 쓰는 식품류 대신 전통재료를이용한 식탁꾸미기로 우리네 식생활의 건강성을 되찾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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