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구모토각'(龜毛兎角)이란 글귀를 기억하고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만해 한용운선생께서 일제(日帝)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자주독립을 확보하기위해 항상 선시(禪是)로 삼았던 글이다. '거북의 등을 긁어 털을 일으키고 양순한 토끼를 사납게 길러뿔이 나게 한다'는 뜻으로 민족의 분발과 각고의 자세를 촉구한 뜻을 담고있다. 새삼 이글을 소개하는 것은 지역의 서예가 홍강(弘岡) 이봉호(李奉昊)씨가 새해에IMF시대에 적합한 글귀라고 써보냈기에 더 널리 일깨우고 싶어서다. 지금 본사가점화시켜 전국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2국채보상운동'의 하나인 금모으기운동이눈물겨운 호응을 받고있는 것도 국민들의 마음속에 뿔이 돋을 만큼 발분한 모습이라 할수 있다. 사랑하는 자녀들의 돌반지와 자신들의 결혼기념반지까지 내놓는다는것은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뿔같이 단단한 각오라 하겠다. 그러나 그런 자세만으로는 국난극복이 어렵다. 우리모두가 고통분담의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거북의 등을 긁어 털을 일으킬만큼 끈질기게 참고 견뎌야 가능한 것이다. 오늘 발족하는 노사정위원회의 원만한 합의도 그같은 정신에서 도출될수 있고 경제뿐 아니라 모든분야의 구조조정도 그같은 자세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의 부족세수(稅收)를 확보하기위해 그동안 부가세 면세혜택을 줬던 변호사·공인회계사등 전문직 종사자의 수입에도 부가세를 물리기로 하고 외국어학원, 성인대상고시학원, 무도학원의 강습료에도 부가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고통분담의 당위성 차원에서도 예외없는 부가세부과는 옳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결함의 임시 해결책보다정말 빈부계층이 형평한 세부담의 고통을 나누어 국가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세제개혁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