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학들이 정의하는 죽음·폭력·에로티즘

인간 삶에 있어 가장 근원적이고 적나라한 욕망의 기제인 죽음과 폭력, 에로티즘은 어떤 배경에서출발하고, 현실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 세계를 해석해내려는 사상가, 철학자들에게도 금기와 위반의 이같은 주제는 난해하기 그지없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동문선)와 조르쥬 바타이유의 '에르티즘의 역사'(민음사), 리처드 랭햄 데일 피터슨의 '악마같은 남성'(사이언스북스)등은 이들 기제들에대해 보다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 인간성에 대한 정의와 해석를 내리고 있어 일독해볼만하다.75년 프랑스 쇠이유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죽음의 역사'는 70년대이후 서구 역사가들에게 화두로 떠오른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죽음과 문화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죽음자체가깊은 친밀성을 가졌던 중세에서부터 육신에 대한 경배가 확산된 18세기말 낭만시대까지가 연구의중심. 집단정신사에 정통한 역사가인 아리에스는 이 연구결과에서 인간은 죽음앞에서 어떤 태도를취하며 묘비와 묘비명, 비문과 침대에 누워 앓고 있는 횡와상과 기도상, 장례절차, 매장풍습과 나아가 20세기 미국의 상업화된 죽음의 이미지를 추적하고 있다.

'인간존재의 정상으로서의 에로티즘에 나를 던져 내맡기라'고 주문한 바타이유는 일관되게 금기와위반의 주제인 에로티즘에 천착한 프랑스 사상가. 그의 사후에 출간된 '에로티즘의 역사'는 유혹과공포, 긍정과 부정이 끊임없이 엇갈리는 인간의 에로티즘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바타이유는 근친상간, 성행위와 배설, 페드르 콤플렉스, 나신, 무한에로티즘까지 에로티즘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그러나 그 에로티즘은 동물적이지 않은 인간의 성행위를 의미하며 바타이유가 옹호하는 것은 에로티즘 자체가 아니라 한 개인의 내면에서 쉼없이 대립되는 인간성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두가지 부정의 정신중의 하나로 자신의 동물성에 대한 부정을 손꼽은 그는인간이 되어버린 동물이 자신의 동물성을 극복할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성의 본질이 얻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 폭력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악마같은 남성'은 남성들이 왜 폭력적인가,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있다. 인류학자, 동물학자인 저자들은 폭력과 강간, 집단 살해로 얼룩져있는 침팬지, 오랑우탕, 고릴라등 영장류 사회를 통해 인간사회와의 유사성을 관찰했다.이 책은 '유인원과 인간 폭력성의 기원'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장류에서 목격되는 폭력성이 인간 폭력성의 출발이며 그 폭력성이 인간세계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 포유류중 가장 평화롭고 비공격적인 종으로 알려진 유인원 보노보사회를 관찰, 소개하며 폭력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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