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사 대변혁(4)-노사정 모두 노력하자

회사원 이모씨(36)는 최근 영어회화 테이프를 구입했다. 주위 눈치를 살펴가며 틈나는대로 귀를기울인다. 대학을 졸업한지 10년. 승진시험도, 능력평가도 없지만 그저 무슨 공부라도 해야 한다는강박관념이 이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생존, 실업시대를 사는 근로자들에게 던져진 최고의 과제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가올연봉제 도입때 최대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끝없는 자기계발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근로자개인의 노력만으로 저성장 고실업 시대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제대로 자리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고용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력은행이나 지방노동관서와 같은 직업안정 서비스 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취업알선요원을 지금보다 몇배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도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달 실업대책의하나로 벤처기업 2천개의 창업지원에 6천억원을 지원해 1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성장이 예상되는 벤처기업도 자금부족, 대기업들의 방해 등으로 속속 무너지는 상황에서 창업만 지원한다는 것은 근본대책이 못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실직자 재취업훈련도 기능인력 위주가 아니라 화이트칼라, 전문인력들이 자신의몸값을 높여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넓히고 훈련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기업들은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도입으로 이제 정규인력의 소수정예화를 추구할 것이 틀림없다.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는 파견근로자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지금 근로자들을 내모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량실직은 곧 내수시장 붕괴로 이어져 기업으로 되돌아온다"며"근로시간 조정, 휴직제, 임금삭감 등의 활용은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IMF체제 너머에는 새로운 형태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이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극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노사정 합의의 기본정신이 깨질 경우 폐허만 남게 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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