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남편은 한순간에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무너져내리고, 아내는 가장의 짐을 대신 지고 힘겨운생업일선에 나서야하고…. 남편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상처를 줄까봐 조심하던 아내는 시간이지나면서 남편이 무능력자에다 바보같이 여겨져 불쑥불쑥 짜증을 내고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상처를 어루만져 주지 않고 짜증만 내는 아내가 밉고 야속해진다.
IMF의 골이 깊어지면서 적지않은 가정에서 부부갈등이 커질 위기에 처했다. 아버지의 전화(대표정송, 02-208-0660)가 지난해 접수한 2천4백15건의 상담전화를 최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남편들의가장 큰 고민은 아내와의 갈등으로 4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차이, 신경질, 폭언, 외도등 여러가지 갈등이 지적됐지만 주원인은 결국 가정경제의 파탄인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고로 인한 앙금들이 쌓였다가 어느순간 불쑥 터져 나온다는것.
남편이 실직당한뒤 아내의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가정에서 아내가 전에없이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내세우거나 심지어 남편을 깔보고 시댁일을 무시하고 남이 안보는데서 폭언을 한다든지 하는 갖가지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내들은 일자리를 잃은 남편때문에 속을 끓여야하는데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남편이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짜증을 내고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낸다. 최은숙 대구여성의 전화 사무국장은 "아직은 실직에 따른 문제만 상담해오는 경우는 많지않지만 기존의 부부문제에다 IMF이후의 문제가 덮쳐 부부갈등이 악화된다는 내담전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이같은 IMF가 몰고온 부부갈등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부부대화'를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부부간 대화의 회복이 가정의 위기를 막아주는 최선책이라는것. 이를테면 잔소리는 최대한 삼가고 좋은 대화를 갖도록 서로 노력한다. 부부만의 공간에 즐거웠던 추억이나 용기를 북돋우는 좋은 글귀, 사랑의 메모 등을 붙여두거나 분위기있는 식탁을 마련해 대화를 유도하며, 하루일과를시시콜콜 얘기하며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표시해본다.
한국발달상담연구소의 김정희 집단상담부장은 "부부간에 갈등이 생겼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가슴으로 이해하는것"이라며 가장인 남편의 엄청난 심리적 상실감을 남편입장에서 이해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강조한다. 갈등해소의 방법으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대화기법을 바탕으로 서로 이기고 지는 것이 없는 무패적(無敗的)방법을 적용해볼것을 권한다. 먼저 부부갈등의 원인을 확인한뒤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기회를 만든다. 재취업관련 정보나 책을 사본다든지 당분간 남편이 집안일을 맡고 아내가 일거리를 가진다든지 여러 방법을 모색한뒤 두사람이 모두 합의한 방법을 선택해서 일단 실천에 옮겨본다. 일정시간이 지난뒤 평가를 해보고 시행착오를 고쳐나가는 등 대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다보면 부부갈등도 해소하고 해결책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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