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닥종이 인형에 담은 어려웠던 그 시절

채소광주리를 이고 후줄근한 속고쟁이를 드러낸채 5일장터로 종종 걸음치는 엄마와 등에 업혀 단잠이 든 아기. 호롱불아래 귀남이는 책을 읽고 댕기머리 고모는 꽃수를 놓고 엄마는 귀남이 책읽는 소리를 들으며 저고리를 짓는다.

종이접기작가 최옥자씨(54·종이마당 대표)가 대구작가로는 처음 가지는 닥종이 인형전 '엄마사랑, 아기사랑'전(11~16일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선보일 인형들은 하나같이 지난 시절 우리들의자화상이다. 햇볕에 그을린 살빛, 불거진 광대뼈, 작은 눈, 납작코의 토종 한국인들."요즘 우리의 가족, 이웃관계가 옛날같지 않잖아요? 가난하게 살았어도 정이 넘쳤던 그 시절을인형을 통해서나마 재현해 보고 싶었어요"

지난 1년반동안 꼬박 매달려 만든 작품들로 모성애 주제의 12점과 옛생활모습을 다룬 12점 등 24점(인형 37개)을 선보인다. 특히 모정 주제의 작품엔 그의 애틋한 사모곡(思母曲)이 담겨있다. "제나이 세살때 어머니가 세상을 뜨셨지요. 겨우 스물여덟나이에. 학교갔다 집에 뛰어들어오며 '엄마!'하고 부르고 싶은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엄마'는 제겐 가장 그립고 눈물나는 단어예요"적삼을 걷어 젖먹이는 엄마, 늙은 호박을 머리에 인 엄마에게 매달려 어리광부리는 아이, 딸애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는 엄마의 모습 등은 꿈에서나 본 어머니와 어린 자신이기도 하고 고향마실의 아낙들이기도 하다. 수박 한통을 차지한채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 묵돌이, 왕배꼽을 드러낸채 손나팔로 동무를 부르는 녀석, 바람개비 돌리는 개똥이의 모습도 재현했다.철사뼈대에 닥종이를 손으로 찢어 수백수천번을 풀로 붙여 통통하게 살을 올린다. 얼굴에 표정을불어넣는 작업도 어렵고 아기를 업거나 안은 인형은 자세나 각도문제 등으로 여러번 시행착오를거쳐야하며 뻐덩뻐덩 굳은 몸에 옷입히기도 만만치 않다. 옷이나 소품은 가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찢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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