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시대 되살아나는 덕목

가족들의 화목과 정이 IMF 시대 가장 큰 덕목으로 등장했다.

친지보증을 잘못 섰거나 무리한 은행대출로 집을 장만했던 가족 구성원들이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를 맞거나 직장에서 불명예 퇴직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럴때일수록 따뜻함을 잃지않으려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신소재 사업에 투자한 김모씨(44·전직 은행원)는 몇달전 자의반 타의반으로명퇴를 신청, 퇴직금으로 빚잔치를 하고 빈털터리가 됐지만 아내의 격려를 양식삼아 재기의몸짓을 하고 있다.

남편이 목재업을 하다가 부도를 만나 며칠전 진석타워즈 뒤편에 작은 음식점을 개업한 ㅎ씨는 치대에 다니는 딸의 위안이 큰 힘이 됐다. 개업식날, 학교 수업을 마다하고, 부엌에 들어가 엄마를 도운 딸의 모습은 이 식당을 찾은 이들에게 작은 감동으로 전해졌다.이모 부부(63)는 여유있을 때마다 모아둔 3백만원을 찾아 부산의 모건설사에서 8년간 근무하다 최근 실직한 큰아들네에게 쥐어주었다.

단칸 셋방에 살다가 33평짜리 아파트로 옮기면서 진 은행 대출금과 아내의 액세서리 가계부도로 빚에 쪼들리던 ㅇ씨(46·전직 교사)도 다시 단칸 셋방으로 옮기던 날, 이사짐을 날라주는 가족들과 꼭 다시 일어서자고 눈물을 머금었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박모씨(65)는 함께 살던 큰아들 내외가 3개월전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박씨는 아들내외가 꼭 들르거나 전화연락을 해 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늘상 문을 열어두고잔다.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주부자원상담봉사자 백온자씨는 "일제시대와 6·25때도 온 가족이 믿음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지않느냐"며 "세상이 어려울수록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이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