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오리무중 포철 주총

김영삼정권 시절 정부나 정부투자기관등의 인사(人事)에는 으례 '깜짝쇼'라는 말이 뒤따랐다. 예측 불가능의 시대였다. 인사라는 것이 '칼자루 쥔 사람'마음이고, '인사하는 맛에 윗자리 지킨다'는 세간의 말이 이때처럼 실감난 적도 없었다. 그러나 5년뒤 결과는 'YS식 인사=망사(亡事)'가되고 경제는 IMF신탁으로 나타났다.

포철주총이 5일 앞으로(17일) 다가왔다. '칼자루'를 쥔 여권은 지난연말 대선직후부터 김만제회장을 비롯한 현 핵심경영진의 유임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공공연히 해왔다. 후임으로 벌써 석달 가까이 ㄱ씨, ㄴ씨, ㄷ씨등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로인해 직원 2만명의 포철과 1만명의 10여개 계열사, 나아가 맏형을 잃어버린 국내 철강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잔명(殘命)의 현경영진은 회사지배력을 이미 상실했다. 일손을 놓아버린 직원이 늘고 장단기 계획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를 쓰고 올려놓았던 국가신용도는 다시 추락위기에 처했다.

전정권의 전철은 절대 밟지 않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던 현정부의 방침이 포철인사에서는 YS의 깜짝쇼를 닮아간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후임자가 들어선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자리잡기' 까지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주총을 당길수는 없다하더라도 예측가능한 인사로 업무의 연속성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의지적은 당연하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포철내부가 모래판의 뒤집기처럼 뒤집히는 것도 불안하다.포철의 미래는 포항의 미래, 철강의 미래, 이 나라의 미래다.

지난 94년 당시정권은 주총 당일 새벽1시에 포철회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정부도 '인사하는 재미'의 만끽을 위해 최종일까지 두고보는 경우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포항· 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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