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8년 갓스물에 미당 서정주시인 추천으로 '즐거운 편지'를 발표하며 등단한 중견시인 황동규씨의 40년 시력이 책 세 권에 담겼다.
문학과지성사는 그의 회갑 기념으로 전2권의 '황동규 시전집'과 작가론집'황동규 깊이 읽기'를 최근 펴냈다.
첫 시집 '어떤 개인 날'에서부터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풍장'을 거쳐 지난해 내놓은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10권의 시집에 실린 시들을 재수록한 '황동규 시전집'을 연대순으로 훑어보다 보면 평단에서 이 시인을 '변화와 반역의 시인'으로 일컫는 이유를 알 만하다.'아무래도 나는 무엇엔가 얽매어 살 것 같으다/ 친구여, 찬물 속으로 부르는 기다림에 끌리며/ 어둠 속에 말없이 눈을 뜨며./ 밤새 눈 속에 부는 바람/ 언 창가에 서서히 새이는 밤/ 환한 미명,외면한 얼굴/ 내 언제나 날 버려두는 자를 사랑하지않았는가./ '(어떤 개인날 중 '미명에'에서)'냇물 위로 뻗은 마른 나뭇가지 끝/ 저녁 햇빛 속에/ 조그만 물새 하나 앉아 있다/ 수척한 물새하나/ 생각에 잠겼는가/ 냇물을 굽어보는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가/ 조으는가// 조으는가/ 꿈도 없이'(풍장 70)
'하늘은 땅에 온통 푸른색과/ 명도 조금씩 다른 노랑색들을 부어놓고/ 이따금씩 분홍색도 칠해놓고./ 마구 끼여드는 차에 사나워지려다 만 인간의 속을/ 늘푸른 색으로, 출렁대는 시간으로, 칠해놓고'(외계인 2)
생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하여 그것에 대한 쉼없는 회의, 절망,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려는 투쟁, 급기야는 죽음과 맞서 대면하는 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는 '변화를 통한 거듭남'을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이같은 시세계는 '황동규 깊이 읽기' 제1부에 실린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다시금 확인된다.이 에세이에서 시인은 "나는 아직 내 삶과 문학에 결정적인 형태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현재진행형"을 강조하고 있다. "내 몸의 감각과 마음의 눈은 늘 삶을 숨쉬는 극(劇)으로 바꿀 새로운 장치들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황동규 깊이 읽기'에는 이밖에도 황동규 시에 대한 비평문 13편과 동료와 후학 7명의 황동규 인상기가 실렸는데 특히 절친한 문우였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씨와의 상호 인물데생이 흥미롭게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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