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동브랜드 쉬메릭(CHIMERIC)이 '니나리치', '피에르 가르뎅'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까.공동 상표 개발을 주관한 대구시와 대구상의의 희망은 쉬메릭을 이들 세계적 상표와 같은 반열에올려놓는다는 것. 이를 위해 미국 등 9개국에 해외상표권 등록을 출원해놓은 상태다. 대구·동아등 지역 백화점에도 매장을 확보, 적어도 대구에선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상품 출시 6개월만에 양말·우산·안경테 등은 지역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했고 다른 지역으로까지 발을 넓히고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쉬메릭이 교두보 확보에 이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쉬메릭상품의 품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참여 업체들이 유명 상표의 임하청 생산을 통해 충분한 기술력을 축적해두었던 것이다.
▨쉬메릭 품목 확대
이에 고무돼 대구시와 대구상의는 최근 스포츠 의류, 와이셔츠, 손수건, 머플러 등을 쉬메릭 품목에 추가했다. 특히 스포츠 의류 생산업체로 내정된 회전니트는 해외 합작선인 '윔블던'과의 계약을 경신하는 대신 쉬메릭에 뛰어들었다. 회전니트는 쉬메릭 참여업체중 가장 큰 기업. 자체 광고를 통해 쉬메릭을 홍보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다른 쉬메릭 참여업체는 회전니트의 가담을 내심 반기고 있다.
하지만 쉬메릭의 성공을 점치긴 이르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잖다. 스포츠 의류가 추가되긴 했지만 안경테·우산·양말·목공예품 등 몇몇 잡화 품목으론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는 물론 브랜드영향력 확산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선도하는 어패럴(의류)이 빠져 브랜드 영향력확대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역 유통전문가들도 한결같이 "고급의류가 추가되지 않으면 쉬메릭이 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션의류업체 참여,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지역 패션의류업체의 쉬메릭 참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뜻밖에도 지역 패션의류업체들은 쉬메릭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서울로 진출했던 지역 패션업체들이 자본력과 정보력이 달려 실패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패션조합 권순원 이사장(부원 어패럴 대표)은 "기회만 준다면 사업계획을 제출할 의류업체가 많다"고 밝혔다. 지역 의류업체들이 쉬메릭에 관심을 가진이유는 여러가지다. 신상품개발 및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공동브랜드에 대해 지원하는 자금을 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자금력이 떨어지는 지역 의류업체들의 가장큰 애로인 판매망 구축도 훨씬 쉽다는게 의류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의류업체의 쉬메릭 참여문제를 '시기상조'로 보았다. 이승호 대구시중소기업과장은 "지역 의류업체의 여건상 쉬메릭의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자칫 잘못돼 쉬메릭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쉬메릭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구패션조합 권이사장도 "재킷, 바지, 치마, 블라우스 등 중저가 단품의류는 공동브랜드 참여가 가능하지만 하이패션은 대부분 업체가 자체 상표를 가져 힘들다"고 밝혀 이과장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쉬메릭, 과제와 전망
공동 브랜드 쉬메릭이 가진 문제는 이밖에도 많다. 먼저 쉬메릭 참여 업체들이 쉬메릭에만 전력투구하는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기존 제품 생산라인에 덧붙여 쉬메릭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 물론 쉬메릭이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가질 때 이 문제는해결될 수 있기는 하다. 게다가 종합적인 상품기획력을 갖춘 인력이나 기구가 없는 점도 쉬메릭이 지닌 한계다. 쉬메릭 협의회가 있긴 하지만 참여업체의 단순 업무협의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과 소비자 취향분석, 패션정보 분석 등을 통해 시장흐름을 주도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도기만 대구상의 국제통상과장은 "쉬메릭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최소 5년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아직은 시작이니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도과장은 이어 "외국 유명 브랜드의 경우 수십년간에 걸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면서 "단시간에 효과를 보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으나 중장기 브랜드 육성책을 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지역브랜드 이미지 벗어야
또 대구시 공동브랜드란 지역 이미지가 부각돼 있는 점도 쉬메릭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주의에 호소하거나 지역경제 발전논리로 시장에 뛰어들면 무조건 실패한다"고주장했다. 출발은 지역 브랜드이나 전국적, 나아가 세계적 브랜드로 부상하려면 지역 이미지를 반드시 탈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쉬메릭에겐 버거운 숙제다. 하지만 쉬메릭 참여업체의 장점에다 다른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는게 유통관계자의 전망이다.
대구백화점 박노환과장은 양말제조업체 인따르시아를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인따르시아는 지난해패션양말을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인따르시아는 이 양말만 팔아 대구에서 한 달 평균1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쉬메릭 양말의 대구지역 한달 매출액이 3천여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인따르시아의 성공비결은 성별·연령별로 소비자의 취향이 다른 점을공략했다는 데 있다. 인따르시아는 양말에 패션개념을 도입, 유아용 양말엔 동물 문양을 수놓거나입체 양말을 만들었다. 학생용엔 학생들의 기호를 감안, '발토시'를 달았고 성인용 양말엔 넥타이패션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쉬메릭 참여 업체는 유통업계의 이러한 지적과 고언(苦言)을 먼 장래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상(飛翔)'을 위한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지역에서 아무리 성원하더라도 쉬메릭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공은 이제 쉬메릭 참여업체쪽으로 넘어가있다.
〈曺永昌·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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