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술앞에 불황없다-틈새시장 파고들기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도 감당하기가 쉽지않은 IMF의 높은 파고를 기술 하나로 헤쳐나가는 기업가들이 있다. 이름하여 '기술승부사'.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노려 수년간 기술을 축적한 뒤 IMF를 호기삼아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 하지만 얕볼 수 없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올망졸망 겨루려고 하지않고 아예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기때문.

다음달 법인으로 전환할 '포앤포 코퍼레이션(Foranpo Corporation)' 대표 이현조씨(48)는 벌써 15년째 자동차 전조등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퇴사한 뒤 대구에서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던 그가 전조등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4년. 지극히 평범하고 우연한 사건이 그의 인생을완전히 바꿔놓았다. 밤길에 차를 몰고 가던 중 당시 네살바기 아들이 물었다. "왜 차가 커브길을갈 때 불빛은 엉뚱한 곳을 비춰요" 아들의 질문에 이씨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내면에 숨겨진발명가의 기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 이씨는 자동차가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는 전조등 제작에 몰입했다. 광고대행사를 하며버는 돈은 모두 발명에 쏟아부었다. 집에는 말 그대로 '쌀 살 돈'만 갖다주었다. 주위에선 미친사람이란 말까지 했다. 시제품이 나온 것은 86년. 우선 특허출원을 서둘렀다. 그로부터 6년 뒤 그는 광고대행사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전조등 개발에 매달렸다.

92년 미국 특허를 따낸 뒤 자신감을 얻었다. 외국 반응을 보기위해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광고를 냈다. 당장 계약을 하자는 기업에서부터 특허권을 살 수 없겠냐는 기업까지 나타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씨는 만족할 수 없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나서고 싶었던 것. 지난해 말에야 그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다고 자신할만한 완제품 '컴퓨라이트'를 내놓았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카탈로그와 시제품을 보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는 모두 7억여대. 이 차에 모두 자신의 제품을 달겠다는 이씨의 야심이 꿈틀거리고 있다."두평 남짓한 연구개발실에서 직원들과 밤잠을 설쳐가며 전조등과 씨름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컴퓨라이트'는 자동차 핸들 전환을 따라 전조등 불빛의 방향을 돌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특허를 얻어 본격 생산에 나선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대구시 중구 교동시장내 전자부품점 '명성부속'의 대표 최재형씨(40) 역시 발명광이다. 대기업을그만두고 지난 89년 교동시장에서 부품상을 시작할 때 그는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하고야 말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하나로리모콘'. 회사 다니던 84년부터 연구해 왔다. 제조회사가 다르거나 제품이 단종되면 TV, 비디오의 리모콘이 없어 고생하던 고객들에게서 착안한 것. 국산, 외산 할 것 없이 '하나로리모콘'이면 모두 작동된다. 매달 전국에 1만여개씩 판매하고 있다.숨겨진 지역 효자산업인 셈.

최씨가 최근에 개발한 것은 휴대용 가스누출점검기. 96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가스폭발사고 5백77건이 발생해 모두 4백75명의 사상자를 냈다. '하다못해 가정내 가스사고라도 막을 수 없을까'하고 고심하던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구미에 있는 연구실을 오가며 가스점검기 개발에 착수했다.몇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제품을 개발, 지난 2일 시판에 들어갔다. 가격이 저렴하데다 성능또한 외제에 뒤지지 않아 전국에서 주문 요청이 몰리고 있다.

최씨가 성능 검사를 의뢰한 대구도시가스도 '안정적이고 작동이 쉬워 가정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며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외제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만으로부터 수출 의뢰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산 일색이던 가스점검기를 순수 국산으로바꿨다는데 의미가 있죠. 앞으론 전기장판 통합조절기를 만들 생각입니다"

문의) 포앤포코퍼레이션 (053)953-6868, 명성부속 (053)423-2671.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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