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계절이 무르익어가면서 어떤 난관이 들이닥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참고 극복해나가는 '헝그리'(Hungry) 정신이 요즘 청춘남녀들의 으뜸가는 연애 조건으로 등장했다.한창 애정의 단꿈을 꾸는 IMF시대 미혼남녀들은 "못생긴건 참아줘도 직장없으면 못봐준다"며 1백60만명을 넘어선 대량실직시대 연애의 첫째 조건으로 애정·미모보다 먹고살 궁리와 경제력을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력을 따진다지만 부유한 집안만 믿고 씀씀이가 헤픈 귀공자형 남자나 화초형 여자는 일단 사절.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바람으로 중상류층 가정의 부도가 잦아지자 외풍 방어력이 떨어져보이는 부잣집 자제보다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헝그리형 애인이 동반자로서 더 믿음직스럽다는 것이다.
"흥청망청쓰는 여자는 질색"이라는 정동권씨(27·회사원)는 집안살림을 책임질 여성이 월급 탄 지일주일만에 돈이 바닥나서 친정부모에게 손벌린다면 아끼고 저축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헝그리정신을 강조했다.
여성직장인 이명선씨(26)는 "지금 회사에서 조금 잘 나간다고 해서 거들먹거리고 돈을 물쓰듯하는 남자는 질색"이라며 이런 사람일수록 퇴근후 하루라도 술 안마시는 날이 없고 약속 안잡힌 날이 없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없지않겠느냐고 잘라말했다
최근 웨딩마치를 올린 김준규씨(28·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는 해고율이 높은 대기업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결혼이 무산될 뻔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경력 등 철저한 헝그리정신의 소유자이며결코 '백'을 믿지않고 자기개발에도 열심이라는 점이 인정돼 결혼에 골인했던 것.헝그리정신 다음으로 IMF시대 청춘남녀들이 중요하게 손꼽는 것은 건강(Health)과 인간성(Humanity) 등 '3H'정신.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배우자가 가져오길 기대하는혼수품목 1위는 바로 '건강'. 적령기 남자 10명중 6명이 혼수품보다 난관을 헤쳐나갈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기대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해고를 당하자 갑자기 파혼을 선언했어요. 해고에 파혼까지 좌절이 겹쳤으나 냉정히 따져보니 지금 헤어진게 참 다행이에요. 그녀는 인생항해를 하면서 제가 거센 파도를 만나면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모 여성잡지사가 IMF여파로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묻자 50%의 여자들은 "결혼은 예정대로 하고 당분간 남편을 자신이 먹여살리겠다"고 응답, 아무리 IMF라지만 휴머니티가 연애의 버금가는 조건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고나 할까.〈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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