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책상에 4~5명씩 무리 지어 공부하는 교실. 찢어진 청바지, 귀걸이에 팔찌, 노랗게 물든머리, 화장한 얼굴에 매니큐어를 바른 여학생, 베레모를 눌러 쓴 남학생. 모든 것이 자유로운, '교실 혁명'이다.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산자락에 터 잡은 경주 화랑고(교장 이준형). 원불교 대구·경북교구가 인성교육 중심의 특성화 학교로 설립, 지난달 24일 문을 연 이 학교는 공인된 '대안(代案)학교'이다. 인성교육, 열린교육, 정보교육, 자연 친화교육이 화랑고의 설립 취지. 2개 외국어를 말할 수 있고 2개 악기를 연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게 이 학교 학습 목표다.전교생은 올해 입학한 39명이 전부인 초미니 학교이다. 교사는 9명.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에서 먹고 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 상습 가출, 정학, 성적 부진 등의 '고민'을 안고 온 아이들도 많다.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과 사회는 이들을 '문제아'로 부르지만 여기서는 모두가 소중한 '인격체'.
아이들은 아침 일찍 뒤뜰에서 30분 동안 선(禪)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교과수업.오후엔 단체활동, 텃밭 가꾸기, 종이접기, 음악, 유적답사 등으로 수업이 짜여져 있다. 얼마전엔 책에서만 봤던 문무대왕릉, 감은사지 등지를 다녀왔다.
학교 운영과 교칙은 교사, 학생의 전체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며칠 전 교사들이 개량한복을 교복으로 하자고 제의했지만 학생들의 반대로 교복을 정하지않았다. 똑 같은 교복, 똑 같은 머리 모양을 강요하는 다른 학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틀에 박힌 생활만 강요받던 아이들에게 '무한한 자율'은 '방종'으로 나타날때도 많다. 그러나 아이들이 막무가내는 아니다. 답답한 학교생활에 적응못해 가출까지 했던 혜정이(17·가명)는 "선생님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충고해 끊었다"며 "몇 달동안손놓았던 공부라 힘들지만 요즘 영어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윤도화 교사(38)는 "이곳에는 성적에 따라 잘 나고 못난 아이들이 가려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소중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실험단계인 대안학교 화랑고. 그러나 이곳에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어나갈 '대안'이 보였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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