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교육청 어머니회 해체 이후 논란

대구시교육청은 새학기들어 눈에 띌만한 시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소풍·수학여행 자제 지시, 촌지교사 교단추방, 어머니회 해체 지시 등등.

특히 어머니회 해체 지시는 반향이 컸다. 시교육청과 교육구청, 각급 학교에 학부모들의 격려전화가 잇따랐고, 학부모와 학교 간의 대화통로를 가로막는 처사란 일부 반발도 나왔다.그러나 논란은 아직 미완. 어머니회를 해체하지 않으려 버티는 학교도 있고, 다른 학부모회까지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어머니회 해체 이유

시교육청은 지난 16일 각급 학교에 어머니회를 해체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이유로 자생단체인 어머니회와 학부모회의 역할이 중복되고, 비교육적 요소가 많은 점을 들었다. 비교육적요소란 어머니회가 경비 및 교사 회식비를 징수해 물의을 일으킨다는 점.

실제 대구 ㄱ여고 어머니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아 일부를 교사 회식비에 사용해말썽을 불렀다. 시교육청 조사결과 학부모 1백여명이 5만원씩, 간부는 30만원~1백만원까지돈을 내 9백여만원을 모았고 이중 일부를 교사·학부모 회식비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시교육청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돈을 받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모은 돈의용처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라고 적잖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회비 징수와 이의 사용을 둘러싼 비교육적 요소가 몇몇 학교의 어머니회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학부모회(육성회) 등은 존치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어머니회 해체 지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회(육성회) 급식후원회 체육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온갖 단체를 놔두고 어머니회만 없애무엇하느냐는 것.

서구지역 한 중학교의 육성회 간부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모씨(48)는 "아이 담임의 요구로 육성회 간부를 맡아 회사가 부도날 지경이지만 기부금 30만원을 냈다"며 "기부금 문제가어머니회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지역 한 초교 교사(38)는 "각종 학부모 모임에서 돈을 거두고 있지만 어디에 쓰는지 평교사들조차 모른다"며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과 함께 다른 학부모 모임의 최소화도 강조했다.

▨개혁의 꽃 학교운영위

올초 각급 학교가 일제히 구성한 학교운영위원회로 각종 학부모 모임의 역할을 대신할 수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부모회는 학기초 한차례 개최해 학운위의 학부모 대표를 뽑는데 그치고 현안이 발생하면 '학운위'가 모임을 소집하면 된다는 것.

대구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실제 학운위가 교장까지 견제한다. 젊은 교사나 전교조 교사들이교사위원으로 진출, '역할'을 맡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학운위 회의 분위기가 당연직인 교장과 교사들 간의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나 학운위가 형식에 그치는 학교가 더 많다. 위원인 학부모가 교장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교사 위원들도 강단없이는 제 주장을 펴기가 쉽지 않기 때문. 교장이학운위 위원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주장이 여기에서 나온다.

▨학부모 모임 필요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머니회 학부모회 등 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하다.경상고 권희태교장은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어머니회 학부모회를 통해 자녀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불법 회비 징수 등 역기능을 없애면 되지 모임 자체를 없애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동성초교 백춘실교장(56)은 "학부모회는 학부모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 필요하고 체육후원회는 예산부족으로 운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학부모와 일부 교사가 문제

시교육청 손정호초등국장(62)은 "학부모 모임이 논란이 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부 교사(교장 포함)와 낯세우기 좋아하는 학부모 탓"이라고 단언했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수적인데 자기 자식을 위해 불법 기부금을 모으는 등 무리하는학부모와 이에 영합하는 교사들 때문에 모임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설명. 손국장은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학부모는 학교를 찾지 못하는 학부모나 자녀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규정했다.

▨과감한 방향전환 필요

어쨌든 학부모 모임이 파행 운행되는 경우가 잦다. 또 어머니회 해체로 학부모 모임의 모든문제가 해결된게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교사(45)는 "어머니회 해체를 계기로 각종 학부모 모임과 운영방안에 대한 과감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며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할 때 밝은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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