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를 이긴 사람들 다시 섰다-(6)주부들 소액 공동부업

올해 결혼 17년째인 정임선씨(39·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는 군인이던 남편(41)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시작한 유통업이 부도를 내면서 가정의 위기를 맞았다. 재취업한 남편이 일반 회사에서 벌어오는 돈은 고작 70만~80만원. 이 돈으로는 고등학생부터 돌바기까지 세자녀를 공부시키고, 먹고 살 기본생활비도 해결못한다. 그렇지만 정씨는 남편에게 결코 '빨리,더 벌어오라'는 무리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보니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지만 잘못낀 단추라면 빨리 다시 끼우는게 낫다"는평소 지론에다 최근 대구YWCA에서 발관리사 자격증을 따내 조만간 새로운 삶을 개척할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발관리야말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직종인 것 같아요. 대구의 보수성으로 인해 인지도가 별로지만 오장육부의 건강이 다 연결된 발관리의 중요성만 깨닫게되면 틈새시장 개발은무궁무진하다고 봐요"

혼자서 발관리숍을 차릴만큼 많은 비용도, 저변인구도 확보하지도 못한 정씨는 '어디 손벌릴데 없는' IMF 시대에 맞춰 '공동 부업'의 길을 택했다. 같이 자격증을 딴 이재숙(32·북구 태전동) 김복주씨(35·달서구 월성동) 등 5명이 의기투합, '공동 부업'이라는 신업태를개발한 것이다.

공동 부업의 장점은 초미니 비용으로 여유있게 일감을 따낼 수 있어 위험부담률이 적다. 단독으로 가게를 얻을때의 창업 비용 '5분의 1'로 내일의 꿈을 심는 것이다. 시설이라야 베드(침대)와 기구(1만5천원) 하나.

비싼옷 한벌값으로 내일의 꿈을 키워가고 축처진 남편의 어깨를 다독거려 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처음부터 떼돈 벌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지 않는다.

이처럼 작지만 실리있게, 평생 직종으로 즐기며 일할 수 있는 IMF형 부업은 '공동 부업'말고도 가게 없이 집에서 꾸리는 '무점포 부업', 십수년 안살림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 '살림형 부업',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부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점포 부업은 고3생들에게 저녁반찬을 배달해주는 '반찬배달업'을 비롯, '방문 컴퓨터교사' '방문 가정탁아모' '홈스테이업'(외국인 민박전문점)등으로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구여성회관 김기원관장은 "불경기때문에 자격증을 따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수료생들을위해 소자본 '공동 부업'의 요령을 재교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