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숯덩이 소나무

불이 난지 1년이 넘도록 숯덩이로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소나무숲 속엔 아카시아등 잡풀이 당국의 무관심을 비웃듯 남산을 뒤덮고 있다.〈7일 낮 남산 비파골 순환도로변· 金泰亨기자〉

경주 남산 검은 숯밭 흉물

국립공원 경주 남산이 심한 화상에 신음하고 있다. 산불이 난지 1년을 넘게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다. 사적 제311호 경주 남산의 화재 현장인 비파골 일대는 한마디로 검은 숯밭이다.

수많은 소나무가 숯기둥이 되었고, 불에 굽힌 암벽은 표면이 힘없이 갈라져 떨어져 내리고있었다. 솔숲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카시아가 맹렬한 번식력을 자랑하고 있어 산불이 난 남산 일대에는 머잖아 아카시아 숲으로 변할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금오봉 주변 순환도로 양쪽 능선은 불탄 소나무들이열병처럼 늘어서 마치 전쟁 뒤의 폐허를 방불케 하고있다. 소나무 등이 불타 죽은 산비탈에는 거친 사질토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어 약간의 비 에도 토양이 유실되고 있으며 올여름 장마에 또 얼마나 씻겨나갈지 걱정이다.

경주는 지금 대규모 국제 문화행사인 세계문화 엑스포를 3개월 앞두고 있는데 다, 남산의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들의 이목이 쏠릴 우리나라 불교문화 유적의 보고인 남산의 일부 계곡과 능선은 불탄 뒤의 흉한 모습 그대로 주여서 유네스코 실사단이 이를보고 세계 유산등록을 추천할지 의문이다.

경주시 산림당국은 "산불지역은 2~3년은 지나야 조림이 가능하다"며 2000년 이후에나 피해복구를 생각해 볼 예정일 뿐, 지금껏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경북대 김원 교수(64.생물학과)등 산불생태 전문학자들은 "남산의 문화재적 가치나생태적 특성을 고려할때 미관상 보기흉한 나무부터 제거를 하고 인공조림을 서두를 것"을주장한다.

지난해 2월20일 낮에 발생한 산불이 이틀만에 불길이 잡히자 경주시는 당초 피해면적을4ha로 축소했다가 나중에야 피해면적 70ha에 소나무.해송등 13만4천여본이 불탄 것으로 늘려잡는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천박물관인 경주 남산은 이렇게 멍들어 있으나 당국은 여전히 팔짱만 낀 채 다. 지금 경주 남산에 오르면 누구나 울화통이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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