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이(12.여.가명.초등학교 5년)는 '내 피아노'를 갖는게 소원이다. 그런 딸을 위해 매달 2만원씩 5년째 꼬박꼬박 적금을 부어왔던 어머니. 그러나 피아노 살 돈이 거의 다 모인 지난3월,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혜영이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난소암 말기. 어머니 김영순씨(33.대구시 북구 구암동)는 당장의 약값을 위해 적금을 포기해야 했다. "모든게 너무나 갑작스러웠어요. 딸아이가 입원하자마자 남편이 다니던 가구공장이 부도를 맞더군요. 한순간에집안이 풍비박산나 버렸습니다"
전세금을 뺀 돈으로 혜영이는 1차수술을 받고 종양을 도려냈다. 채 여물지 않은 12세 소녀의 난소와 함께. 졸지에 실업자가 된 아버지는 옛 거래처를 돌며 가구 배달일을 하고 있다.가뭄에 콩나듯 가구배달로 벌어들인 일당 (2만원)이 모이면 혜영이는 며칠간이나마 병실에입원할 수 있다. 그렇게 병원과 집을 오가던 3개월 동안 암세포는 임파선에까지 옮겨갔다.약물치료 부작용으로 어느새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혜영이의 팔목과 겨드랑이. "식구들앞에서는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눈물은 혜영이가 잠든 새벽에만 흘린답니다" 어머니는 귀여운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앗아가버린 약 기운만큼이나 독하게마음먹기로 했다. 손톱만큼 남은 '희망'을 끝까지 붙들기로 했다.
"혜영이 꿈은 아직도 피아노 선생님이랍니다.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의 꿈이 됐습니다" 약봉지가 가득한 혜영이의 방. 그 한쪽 책장에는 아직 펼치지 않은 피아노 교본도 함께 놓여있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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