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다큐 '연출' 어디까지

파문을 일으킨 KBS 자연 다큐멘터리 '수달'과 관련, 자연 다큐멘터리의 제작원칙에 관한논란이 일고 있다.

희귀 동식물을 보다 리얼하게 촬영하려면 어느 정도 연출을 하고 싶은 것이 제작진의 자연스런 욕심이고 또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도 사실인데그 허용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완벽한 자연 상태에서 찍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다 보면 좋은 화면을 담기가 힘들고 좋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이것 저것 연출을 하다보면 다큐가 아니라 영화가 돼버려 다큐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 다큐제작에 있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원칙은 무엇일까.

방송가에서는 불문율로 지키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고 소개한다.

하나는 해당 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촬영을 위해 만든 인위적인 조건들로 인해 생태계가 왜곡되거나 잘못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보다 좋은 촬영을 위해 하는 세팅촬영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하는데 촬영장비를 세팅하는 경우와 해당 생물을 세팅하는 경우(가령, 생물을 가둬 놓는 경우)다.

장비를 세팅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생물을 세팅할 때는 문제가 될 수있다.이때 판단기준은 해당 생물이 자기가 갇혔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것.예를 들어 개미의 경우 가둬서 촬영해도 전혀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없다. 외국에서도 식물이나 곤충,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하등동물은 종종 가둬놓고 촬영한다.하지만 포유류 등 고등동물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두지 않는다는 것.

또 특별한 사정이 있어 가둬놓고 촬영을 할 때도 그 필름은 극히 일부 꼭 필요한 장면에 사용해야 하며 해당 생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이처럼 세팅촬영을 했음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도 기본이다.

KBS의 '수달'이 비난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기본 원칙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장기적으로 제작 노하우를 쌓는 것이 매주 중요한 자연 다큐의 제작현실을 감안한다면KBS는 방송계의 맏형으로서 특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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