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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하시모토 퇴진의 교훈

앞으로 나아가고 싶으면 물러서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내려오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면 '덫에 걸린 멧돼지'가 되기 쉽다.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올 줄을 모르면 '터진 풍선' 꼴이 되기 십상이다. 힘든 일일수록 '나뭇결을 따라 장작을 패듯이' 순리(順理)를 따라야만 한다. 쉬운 일도 억지를 부리면 뒤틀려 어렵게 되는 법이다. 96년 1월 '강한 일본'을 표방하면서 일본 정치의 정상에 올랐던 하시모토 총리가 강한 일본을 위해 추진했던 '우물안 개구리식의 정책'에 발목이 잡혀 2년6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지나친 고집 때문에 '독불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물러서는 방법'과 '내려오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채 독단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덫에 걸린 멧돼지'와 '터진 풍선' 꼴이 돼버린 것이 아닌지. 하시모토의 추락은 전후 최악의 장기불황과 실업, 금융불안을 부른데 대한 일본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순리를 저버린 대가에 다름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만 잘 살면 된다'는 헛된 이상에 매달려 이웃인 우리나라를 비롯 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로 고통을 당하는데도 모르는체 외면했다. 오직 '옛 영화를 재현하려는 망상'에만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 '경제실정'이란 올가미에 걸리고 만 것이 아닐까. 자민당 참패로 도쿄 금융시장에서는 엔화·주식·채권가격이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IMF체제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으므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일 두 나라 간에는 과거청산, 어업협정 체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일본에 '보수 우익 바람'을 일으킨 독불장군 하시모토의 퇴진이 한·일관계 정상화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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