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년인데도 일찍 닥쳐온 지루한 장마는 여전히 계속된다. 게릴라식 소나기가 시원한것같기도 하지만 그 소나기에 젖어 축 늘어진 태극기를 보아야 하는 현실은 또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 소중히 간직하며 함부로 했다간 큰 탈이라도 만날것 같은 태극기에 대한 숭고함이어느날 갑자기 저렇게 흥청망청이 된 것은 도대체 태극기에서 무엇을 끌어내려는 심보들일까. 그 마음보들이 여름을 슬프게 한다.
보신탕 대신 우랑탕
오늘이 중복. 예년같으면 보신탕이나 삼계탕 한그릇으로 땀흘리는게 보통시민들의 정서다.그런 보신탕 대신 소를 잡아 먹어야 하는 현실이 됐다. 당국의 실종된 축산정책으로 어이없이 떨어진 소값 덕분에 보신탕대신 우랑탕으로 입맛을 돋워야 하는 보통시민들의 정서는 이미 예년의 여름일수 없다.
정치인들의 입씨름이 모래판의 장사씨름 못지않게 중량급이어서 청량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어제 끝난 7개지역의 재선거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또다시 벌어진 입씨름 판을보면 정치판에 가히 관중이 없을만 하다. 원(院)구성도 못하는 주제에 선거만 잔뜩 치르고있는 현실을 낯두껍게 바라보며 야와 여는 '승리다' '패배하지 않았다'고만 되풀이 하는 정치판이 존재하는 이상 이 여름은 슬프지 않을수 없다.
院구성 못하는 국회
우리는 너무도 생생히 기억한다. 월드컵의 열기가 온 나라에 가득해 마치 16강의 신화는 따놓은 당상이고 8강 나아가 4강 거기다 운이 정말 따른다면 결승까지 가지못할것도 없다는치기와 망상을 함께 국민들의 가슴에 심어 놓고 무참히 쓰러져 버린 한국팀을 원망해야 할지 프랑스까지 간 것만도 장하다며 격려해야 할지를 분명히 가리지 못한채 흐지부지해버린것으로 여름은 이미 슬플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대통령감이라든 차감독이 중국의대표팀을 맡는다 해도 이 여름의 슬픔에는 무게의 변함은 없다.
빼놓을 수 없는 IMF. 이어지는 노사분규. 그에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며 여전히 보통시민들을 옥죄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공원 벤치나 역 대합실에서 시름도 잊은채 자포자기하며잠만 자는 홈리스들. 평일 등산인구가 늘고 무료급식소의 자원봉사자가 모자랄 지경인 나라에 여름은 슬픔이외는 아무것도 아닐것 같다.
그런 가운데 탈주범 신창원이 또 여름을 건드리고 있다. 신출귀몰. 그가 영웅시되는 일각의시선은 소나기일까 아니면 찜통더위 그 자체일까. PC통신의 몇몇 현실이 답답한 네티즌을중심으로 우호적인 시선이 일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가 나왔다. '탈옥수 신창원'이란 책도 출간돼 경찰은 더욱 곤혹스러워 한다. 그러나 경찰은 곤혹스러워만 할뿐 아직 이렇다할묘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뿐인가. 햇볕론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그 햇볕아래 일광욕이나 할 요량으로 무장간첩들이 들이 닥친다. 그들은 햇볕론에 마치 안개론으로 대응하듯 안개많은 동해안으로 밀어닥친다. 불안하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움츠린 지금의 분위기에 무장한 간첩들이 들락거리면단순히 이 여름은 슬프다고만 할 수 없다. 그것은 울음이다.
무장간첩 통해 들락날락
그렇지만 우리들에게는 두 박씨가 있다. 비록 영문 이니셜은 'PARK' 'PAK'으로 틀리지만우리에게는 같은 박(朴)이다. 막 자란 더부룩한 수염에서 뿜어 나오는 체인지 업은 힘 그대로다. 미동도 않을 만큼 당찬 그린에서의 모습 또한 한국인만의 당당함 그대로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데도 왜 이 여름은 그리 슬픈 일들이 많을까. 곧 장마도 끝나고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예보다. 두 젊은이의 영문 이니셜이 통일되면 여름은 슬픔을 그만큼 덜어질수 있을까.
〈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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