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학부제 유감

IMF시대를 맞아 대학과 관련해 입에 오르내리는 2가지 화두가 있다. 학부제와 구조조정.학부제란 간단히 말해 대학내 각 학과의 전공을 없애는 것이다. 전공을 없애면 과는 자동해체되고, 학생들은 원하는 강의만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수요자 중심의 대학교육이 되는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과목은 살아남고 외면당하는 과목은 사라지게 된다. 전공간 혹은 학과간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나아가 대학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선택한 대학은 살아남고, 외면하는 대학은 사라지고….

현대 산업사회속에서 대학의 위상이 산업기지화된 요즘,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볼때 공급과잉의 단계에 와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교육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은 전문적인 교양인을 길러내는 교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철없는 학생들이 하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가르쳐야할 때도 있는것이다. 그러나 학부제 아래에선 학생들에게 인기없는 순수학문은 발을 붙일 수가 없다.한나라의 문화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인문학·예술 등이 포함된 순수학문으로부터임은 우리모두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강좌에는 수백명이 모이고 그렇지 않은 강좌는 텅텅 빈다든지, 수도권대학으로의 대량 편·입학사태 같은 현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년 들쭉날쭉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에 따라 교수요원과 시설물을 기민하게 늘이고 줄이는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어떻게 질좋은 대학교육을 할 수 있을는지… 입시교육에심신이 찌든 대학 새내기들한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기도 전에 수요자중심의 선택을 하게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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