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꿀벌 먹이 모자라면 입 덜기위해 동족상잔 대학살

꿀벌이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침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꿀벌도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면 근처에 사람이 있어도 쏘지 않는 반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벌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벌에게 쏘일수 있다.

벌의 기분이 침체될 때는 대개 장마철이다. 벌통 안에서는 초여름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유충이 쑥쑥 자라고 이들을 기르기 위해 많은 양의 꿀을 필요로 하나 비로 인해 곤란을 겪게되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은 날기 힘들뿐 아니라 물이 고인 꽃에서 꿀을 모을 수도 없게돼 금세 먹이가 부족하게 된다. 벌통속 일벌 수는 많을 때는 5만 마리까지 늘어나게 되는데닷새분의 꿀이 저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4~5일간 비가 계속 내리면 식량이 바닥나게 되므로이들은 아사 상태의 위기에 놓인다. 이 때에는 상상하기 힘든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먹이가 부족하게 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벌은 집단 내부에서 입을 덜기 위해 개체 수를 줄이는 대량 살육에 나서게 된다. 5만 마리의 일벌이 이틀분의 식량밖에 갖고 있지않다면 4만 마리를 죽여 식량 비축 일수를 열흘로 늘리게 되는 것이다. 벌집안에서 대량 살육이 시작되면 살해된 일벌은 동료들에 의해 벌통 입구로 옮겨져 버려진다. 일벌 한 마리한 마리가 동족의 시체를 물고 나와 입구에 쌓아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동족상잔의 대학살이 일어나는데도 불가사의한 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다른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지만 일어난다고 해도 큰 소란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나 벌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속에서동료들을 해치운다. 살해되는 벌이 꿀이 부족한 것을 알고 죽음을 각오하는지 비상시의 경우에는 살해되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지 규명되지 않고 있으나 죽음의 행렬은 어쨌든 질서정연하게 이뤄진다. 인간 세계에서도 사이비 종교집단이 교주의 명에 따라 조용히 집단 자살을 하는 충격적 사건이 드물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벌들의 학살은 상례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자연의 법칙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